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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데렐라 - [리뷰] 무척 익숙한 것에 대한 재확인

효준선생 2015. 3. 30. 07:30

 

 

 

 

 

엘라의 아버지가 재혼을 결심한 것으로 인해 자신의 딸이 어떤 고초를 겪으며 살 게 될 것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계모에 대한 이미지를 극악하게 만드는데 커다란 일조를 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유럽의 구전 동화를 압축시켜 만들어 놓은 것인데 그만큼 사회적으로 새 엄마에 대한 인식은 좋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우리 나라의 동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디즈니의 실사 영화 신데렐라는 두 가지 관점을 견지한다. 과연 새 엄마들은 모두 악한 것일까. 또 하나, 기댈 곳 없는 소녀에게 인생의 도피처는 백마 탄 왕자일 뿐일까하는 케케묵은 질문들의 확인이다. 이 영화는 기존 디즈니 영화에서 추구한 원작동화의 비틀기는 잠시 유보한다. 비교적 원작 동화에 가깝게 구현했을 뿐 아니라 마치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법한 판타스틱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다시 말해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을, 그것도 로우틴 여자아이들을 겨냥한 영화로 보인다.

 

 

신데렐라 엄마를 선택했던 눈이 왜 두 번째 부인을 골랐을 때는 동태 눈이 되었던 것일까 아내를 잃고 독수공방에 지친 끝에 나온 악수는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나이는 좀 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미모를 가진 것 맞지만 성정이 곱지 않을 것 같은 용모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어느 미망인에 대한 긍긍휼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된 찬밥 신세는 고스란히 어린 딸 앞으로 떨어졌고 아버지의 죽음 이후의 일은 보지 않아도 예측 가능했다.

 

 

엘라가 왕자의 마음을 훔치게 된 장면에선 사슴이 등장한다. 길을 잃은 사슴은 바로 엘라의 현신이었다. 당연히 사냥을 목적으로 한 왕자에게 사슴 사냥을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고 그녀의 마음 씀씀이는 경쟁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략 결혼 시도에 신물이 난 왕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엘라는 촌스러운 패션이지만 엄마가 남겨진 분홍 드레스를 애지중지 한다. 하지만 왕궁에 가게 되었을 때 입은 옷은 파란 드레스로 바뀌었고 그건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또 있다. 유리구두의 주인공을 왕비로 삼겠다고 공포를 하고 그 주인공으로 낙점된 뒤 엘라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남은 집에 대해서는 조금도 미련을 남겨두지 않았다.

 

 

신데렐라는 재 묻은 엘라 라는 뜻이다. 이야기 전반을 통해 보면 그녀가 추운 자신의 다락방이 아닌 그나마 온기가 남은 화롯가에서 잠을 자다 얼굴에 재가 묻은 포인트에서 그런 별명 아닌 별명을 얻은 것이지만 우리에겐 마치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아 상류사회로 올라간 운 좋은 케이스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엘라가 왕족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애당초 그녀는 왕비가 될 자격이 없었다. 왕궁 사람들도, 그녀의 잠재적 경쟁자였던 이웃나라의 공주들도 그 부분에선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신분 차이의 극복이 남자인 왕에 의해 결정된 순간 극복이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만일 계모의 두 딸 중 한 명이 간택되었다면 그 역시도 신분상승의 기회가 되었을 것인데 그녀들에겐 일말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일까

 

 

단지 외모의 차이라고 할 수도 없다. 신데렐라의 외모가 심술이 붙은 두 언니보다는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출중하다고 보기엔 어폐가 있다. 이런 저런 저간의 상황을 고려하면 부모의 그늘에서만 성장한 여자와 왕궁에서만 성장한 왕자의 만남이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사랑놀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호박이 마차로, 생쥐가 백마로, 도마뱀이 시종으로, 거위가 마부로 변하고 밤 12시가 넘으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마법의 설정들,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은 다들 한 번씩은 상상했을 법한 황홀경이지만 현실에선 어림없는 소리다. 판타지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으면 그만일 뿐인데 보고 나서도 헛헛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은 도저히 왕자처럼 살 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자괴감과 겹쳐서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신데렐라 (2015)

Cinderella 
7.4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릴리 제임스, 리처드 매든, 케이트 블란쳇, 헬레나 본햄 카터, 홀리데이 그레인저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13 분 | 201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