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설에서 모티프를 따와 지금의 시선으로 대입시킬 때 딱 맞아 떨어진다면 그것도 영화 소재로 기특할 것 같다. 예를 들어 홍길동의 스토리가 현재 어느 가정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본인은 알 수 없지만 홍길동의 이야기를 정말 잘아는 누군가의 시선에 그런 상황에 눈에 들어왔을 때 그 희열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눈치 챌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마담 보바리는 정말 독특한 상상력의 결정체다. 플로베르 원작 소설인 마담 보바리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이웃에 이사온 젊은 부부가 이름부터 시작해 풍기는 분위기가 그 오래된 소설과 정황이 딱 떨어졌다고 치자. 유독 그 소설에 조예가 깊은 이웃집 남자에 의해 재현된다고 하면 그걸 바라보는 관객들의 관음증이란 자극받지 않고서는 못살 것 같다. 영국인에게 보바리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도 좀 아이러니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프랑스 중년 남자의 시선도 참 독특하다. 마치 오랫동안 감추고 살았던 남성으로서의 삶의 의지를 재확인이라고 할 듯, 훑어 내려가며 여자의 몸매를 따라가는 시선들이 좀 엽기적으로 보이는데 뒤로 갈수록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 일견 코미디 영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런던이라는 대도시에서 살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살이에 쉽게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하는 남편과 달리 동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프랑스어 실력도 일취월장한다. 대신 특유의 친화력은 뜻하지 않게 외도로 이어지고 그 모든 걸 전지전능하게도 꿰뚫어 보는 빵집 주인이자 여자의 이웃 남자에게 들키고 만다. 정말 보바리라는 여자의 운명은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궤도를 걷게 될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한 남자의 집착적인 상상에 그칠 것인지 확인하면 뜻하지도 않은 결론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 영화는 유럽 여러 나라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깨는 한편, 그들의 삶이 우리들과 유사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프랑스 남자의 어색한 영어 실력과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기묘한 대립감정, 빵을 매개로 역시나 먹방 수준의 황홀한 미각을 전달해주고, 비교적 성 관념이 유연할 것 같은 그들에게도 외도란 치명적일 수 밖에 없음에 자못 놀라게 된다. 각자가 데리고 있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유난히 접촉을 자주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 역시도 상당한 성적 판타지를 불러 일으키며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노출 신이 성인들을 위한 유머로 이어진다.
그동안 액션 영화나 고전물에서 자주 봐왔던 젬마 아터튼은 이 영화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자신의 이름과 같은 여주인공으로 열연하며 누구에게도 못지 않은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영화 중반부 까지는 전혀 매치가 안될 것 같은 한국 영화 은교의 몇 장면과 오버랩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영화를 보기 전 마담 보바리나 혹은 안나 카레리나에 대해 읽은 바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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