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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풀 라이 - [리뷰]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효준선생 2015. 3. 28. 07:30

 

 

 

 

 


뷰티풀 라이 (2015)

The Good Lie 
8.9
감독
필립 팔라르도
출연
리즈 위더스푼, 아놀드 오셍, 게르 두아니, 엠마뉴엘 잘, 코리 스톨
정보
드라마 | 미국 | 110 분 | 2015-03-26

 

 

분단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하지만 수단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최근까지 내전으로 인해 큰 홍역을 치렀고 그 결과 남과 북으로 나뉜 것하며 그 두 나라를 지원하는 국가에 따라 종교와 이념 따위도 바뀌었다고 하니 말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수단을 지배했던 영국 등 서구 열강의 편의적인 식민지배를 이유로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를 갖고 있던 지금의 ()수단과 남수단을 한데 합쳐 놓았으니 추후 독립을 이룬 다음에도 상당한 알력이 있어왔다. 2011년 투표를 통해 남수단은 독립을 했지만 자원분배 문제, 남수단 내에서의 반군의 암약, 그리고 가뭄등 자연재해로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수단이라는 나라가 무시할 수 없는 건 역시 땅덩어리의 크기다. 그리고 세상의 관심은 그곳을 사는 일반인들이 아닌 석유등 자원이었다. 소위 지도자나 잘 사는 극소수들에겐 해당되는 일도 아니지만 가족을 잃은 채 인근 나라로 피난을 가야 하는 가난한 국민들 입장에선 도대체 나라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는 존재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뷰티풀 라이는 수단 출신의 난민 청년들의 처지를 통해 너무나도 이질적인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지를 타진해보고 있다. 일종의 유대감인데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01911사태 직전 미국으로 들어온 4명의 수단 난민 청년들, 그들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던져져서 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삶을 개척해야 하는 인생의 임무를 부여 받는다. 그런데 여동생만 미국의 다른 도시로 가게 된 것 말고는 그럭저럭 그곳 생활에 적응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조선족과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이나 탈북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수단의 청년들은 단순히 경제 활동만을 위해 미국행으로 고집한 건 아니었다. 극빈의 상황에 내몰리고 언제 어디서 날아올 지 모를 총탄을 피해 그래도 인간답게 살고 싶어 대서양을 건너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건 그저 어디선가 온 피부색 좀 검은 청춘들로 봐주는 피부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는 초반부 수단의 아이들이 어떻게 부모를 잃게 되고 도망을 치는 과정에 동생을 차례로 잃는 지, 그리고 그 머나먼 길을 마치 행군이라도 하듯 걸으며 보여준 비상한 상황에 대해 가슴 아프게 전달한다. 끝까지 살아 남아 케냐의 난민촌에 도달한 아이들은 그래도 행운아였다. 산다는 것이 그 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면. 가족을 다 잃었지만 동네 동생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잘 하면 미국 같은 데서 살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들에겐 희망이었다. 초반부가 옮겨짐머뭄에 대한 기술이었다면 후반부엔 적응뿌리내림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고향을 떠나 케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난민촌에서 무려 10여년을 버티고 살며 삶의 의지를 이어간 그들과 미국에 가게 되어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울림을 준다.

 

 

그런데 이 영화 여기서 끝난 다면 그냥 다큐멘타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세 청년이 머물던 캔자스와 여자아이가 가게 된 보스턴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게 만든 계기와 희생이라는 가치로 인해 두고 두고 마음의 짐을 갖고 살던 한 녀석이 선택한 방법은 제 이문만 챙기며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상당한 깨닮음을 준다.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이란 말인가 강대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전쟁으로 가늠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결코 수단 난민 청년들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도 여전히 많은 이산가족들이 있고 이미 얼굴 조차 희미해지는 서로를 향해 눈물로 마주할 수 있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때는 헐리우드의 귀요미로 통했던 리즈 위더스푼은 더 이상 규모로 말할 수 있는 블록 버스터의 중요한 캐릭터로 접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랫동안 맨 얼굴을 보이며 걸었던 영화 와일드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주인공이 아닌 서포터로서도 좋은 연기를 해낼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과 보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아름다운 거짓말들이 순수했던 수단 출신 청년들의 모습과 더불어 진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씨네필 소울이 뽑은 3월 추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