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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트 갓 - [리뷰] 사랑받지 못한 것들의 역습

효준선생 2015. 3. 25. 07:30

 

 

 

 

애완견과 반려견으로 맞아 들인 강아지가 커버리거나 혹은 곁에 둘 수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되면 선택은 두 가지다. 남에게 주거나 유기하거나. 하지만 버리지는 개들의 입장에선 그건 배신당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사람이 아닌지라 의사표현도 하지 못한 채 다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철창 안에서 주인이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심정으로 기다려보지만 그들을 기다라는 것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거나 안락사 당하는 것뿐이다.

 

 

처음 보는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에 나오는 하겐의 경우가 그렇다. 13살 소녀 릴리에게는 친구나 다름없지만 릴리의 부모의 이혼으로 더 이상 덩치 큰 개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릴리 역시 좋지 않은 마음으로 하겐과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릴리와 하겐이 각자의 삶 속에서 전과는 조금 다른 처지에 있게 되고 그 후에 벌어지는 예상 밖의 이야기는 이 영화를 공포물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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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헝가리의 개 사육과 관련된 낯선 조례가 눈에 띈다. 순종이 아닌 경우 벌금을 내거나 그게 싫으면 보호소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잡종 개는 키울 수 없다는 말인데 그 나라의 사정이 있기도 하겠지만 이것으로 인해 버려지는 수많은 개들의 모습이 점점 괴물처럼 보인다. 동물도 감정을 가진 생명체다. 키우는 사람에게 정을 받을 때는 야성을 감춘 채로 살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숨겨 놓았던 야성이 언제 그 면모를 드러낼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날카로운 이빨하며 발톱만 보면 사자, 호랑이와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기라도 했을 때의 공포라면 귀신이 나오는 것 이상으로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아버지와의 불편한 동거와 합주부에서 트럼본을 연주하는 릴리는 조금씩 하겐을 잊고 살게 되지만 반대로 거리를 부랑하게 된 하겐을 기다리는 건 보호소에서 나온 직원들의 올가미나 자신을 돈벌이 용으로 보는 걸인, 그리고 투견용으로 키우려는 몇몇의 욕심뿐이었다. 한 소녀와 개의 각기 다른 삶을 이야기는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이 영화는 바로 이 부분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혼 부부 슬하에서 부모의 정이 결핍된 청소년들의 일탈 문제, 민족주의에 매몰된 채 이주민에 대한 반감들이 그것이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라는 이유로 인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몰려드는 그곳, 가족의 해체와 복지의 사각지대에 몰린 한 가정의 모습과 그 흔한 반려견 조차 마음대로 키우지 못하게 하는 몰인정이 마치 릴리의 이웃의 표정에서 드러난다.

 

 

보호소에서 탈출한 무리의 개들이 소개령이 떨어진 헝가리의 어느 도시를 질주하는 장면은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그 동안 자신을 괴롭히며 벼랑 끝으로 몰기만 했던 추악한 군상들을 마치 복수라도 하듯 하나씩 처단하려고 나선 그들의 모습이 사람들이 하는 행동과 닮아 놀라울 정도다. 지금까지 동물들이 나온 실사 영화들은 감정의 교류를 보여주는 등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버려진 것들에 의한 처절한 복수가 주된 줄거리인지라 과연 저런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은 부분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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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야생동물을 순화시켜 곁에 둔 시간은 상당히 길지만 감춰둔 야성마저 절개된 것은 아니다. 다시 드러내는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쉽게 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동물만도 못한, 동물이라는 이유로 막 대하는 순간 그들의 눈빛은 변하고 날카로운 이빨은 당신의 목덜미를 노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정을 준다는 것 이상으로 정을 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 영화를 보면 알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화이트 갓 (2015)

White God 
10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
출연
조피아 프소타, 산도르 즈소테르, 릴리 모노리, 릴리 호르바트, 사보치 투로츠지
정보
스릴러 | 헝가리, 독일, 스웨덴 | 120 분 | 201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