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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스트 바이어런트 - [리뷰]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만 들리더라

효준선생 2015. 3. 24. 07:30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업가로 성공하기 위해선 남들 보다 지독한 면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많은 성공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지연이라는 게 사업을 하다보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걸 갖지 못한 경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토박이 기업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것인지 아마 그들은 체득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명의 성공한 사업가의 승승장구 이야기는 부러우면서도 샘이 난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 한 자락을 듣고 보니 사업이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로 영화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통해서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은행가에 불어 닥친 삭풍에 휩쓸려나간 인물 군상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린 영화 마진 콜과 오로지 단 한 명의 노장 배우를 배 위에 실어 보낸 채 그가 이겨내야 할 수 만가지 고통을 과감하게 보여준 영화 올 이즈 로스트를 통해 스릴러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J.C챈더의 이번 영화는 범죄 스릴러의 한 장르로 보면 된다. 그러나 케이퍼 무비나 하이스트 무비와는  달리 궁지에 몰린 한 이민자 출신의 사업가의 경우를 통해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치열하게 보여준다.

 

 

모랄레스 부부는 난방유를 공급하는 기업을 운영 중이다. 장인에게 물려 받았지만 사위인 아벨은 나름대로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그의 유조차를 강탈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경찰은 범인을 잡지도 못한 채 오히려 아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 이유는 그가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부정한 일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심때문이다. 기소의 위기에 몰린 그. 보다 넓은 사업장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부두를 매입하고 계약금을 지불한 상황이지만 잔금을 마련해줄 거라 믿었던 은행은 자꾸 딴소리를 하고 그를 옥죄는 일들은 연이어 발생한다. 사면초가에 몰린 그가 이 곤경을 헤쳐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건 오로지 한 명 뿐으로 보인다.

 

 

기업인에게 내조를 잘하는 아내의 존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없다. 아벨의 아내는 겉으로는 무척 차가워 보인다. 부부지간의 적극적인 애정표현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남편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데도 방관자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회사가 남편이 자수성가해서 마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결말을 예측하는 단서가 될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지독할 정도로 계산적이라고 보았다. 사실 아벨 주변의 인물들 대개가 비슷한 성향을 지닌 듯 하고 그건 눈빛에서 읽힌다.

 

 

아벨이 비록 이민자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주류에 편입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를 대신해 그의 회사에서 운전을 하는 역시 이탈리아에서 온 남자를 상징체로 삼는다. 그 역시 가족을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하고 어찌 보면 선배 격인 사장을 통해 자신의 롤 모델을 삼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민자라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정글 같은 뉴욕의 한 복판에서 나름대로 생계를 유지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는 몸소 보여준다.

 

 

경찰, 검찰, 회계사, 은행, 동종업계의 경쟁회사들, 그리고 친인척까지 길지 않은 며칠 동안 어쩌면 아벨로서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삶을 강구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1년이다. 유조차 강탈 같은 강력범죄가 잘 잡히지 않는 것도 불신과 부패의 현장이 곳곳에서 노출되는 것도, 그리고 유대인에게서 사들인 넓은 부둣가에서 다음을 기약하는 주인공들의 면면들이 자본과 시장경제가 만들어 놓은 허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아벨의 다음 수순이 정치입문이라는 힌트를 주는 순간, 그 현실적인 촌철살인에 웃고 말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씨네필 소울이 선정한 3월의 추천영화

 

 

 

 

 

 

 


모스트 바이어런트 (2015)

A Most Violent Year 
9
감독
J.C. 챈더
출연
오스카 아이삭, 제시카 차스테인, 데이빗 오예로워, 알레산드로 니볼라, 앨버트 브룩스
정보
범죄 | 미국 | 124 분 | 201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