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일분만 더 - [리뷰] 곁에 있을 때의 소중함을 느끼며

효준선생 2015. 3. 23. 07:30

 

 

 

 

 

반려견이라 하지만 그건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붙인 듣기 좋은 이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몇몇 소수의 장수 동물을 제외하면 인간보다 월등히 오래 사는 애완동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려라는 말은 곁에 둔다는 의미로 백년해로 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이걸 애완 동물에게 붙여 놓으니 반려가 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새끼였을 때는 그 어미가 맹수라도 다 귀엽다. 그러니 그때 눈에 들어 마치 제 자식처럼 키워볼까 라는 생각만 했지 언젠가 생각보다 이르게 헤어질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물 하나를 꼽으라면 강아지, 개다. 인류 역사상 애완용으로 가장 많은 개체 수가 인간과 함께 살아왔을 테고 마찬가지 이유로 인간 곁에서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강아지나 개를 소재로 한 영화도 부지기수고 영화들 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만 영화 일분만 더 역시 이런 범주에 있다. 일본 원작 소설을 대만의 상황에 맞게 각색해 연출한 영화로 대만 타이페이에서 사는 젊은 커플의 이야기다.

 

 

리라와 여자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애견 샵 취재차 만나게 둘은 무슨 인연인지 곁에 두지 않으면 안될 사이가 되었고 여자의 남자 친구까지 합세해 셋은 마치 부부와 아이의 관계처럼 꼭지점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에 열혈인 여자와 집에서 일하는 남자 사이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짐에 따라 그들이 키우던 강아지 리라의 존재도 애매해지게 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애완견이 현실에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를 다룬다. 애완에게 버려진다는 유기로의 전환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만약에 회사 생활에 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면, 남자가 강아지를 여자가 처음 데리고 들어왔다는 이유를 댔다면 리라는 아마 애견 샵이나 혹은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리라라는 이름은 중국어로 이상향을 의미하는 샹그리라의 마지막 두 글자이자 아빠 없이 혼자 운영하는 엄마의 식당 이름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강아지 리라는 이 두 남녀에겐 교집합 같은 역할을 해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돌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 모두가 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보다 오래 살기 힘들다는 점도 처음엔 알지 못했던 부분이다. 영화 후반부는 전반부와 달리 감성적으로 변한다. 조금씩 틈을 보이던 두 사람과 그리고 리라. 만나면 언젠가 헤어짐이 있을 거란 생각은 사람을 만나서도 혹은 애완동물을 만나서도 공히 갖는 인식이다.

 

 

이 영화는 지속적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고 승진이라는 일의 성과도 얻었다. 좋은 사람을 얻었고 반대로 좋아하는 것들 것 놓치기도 했다.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기도 하고 여유를 얻기도 했다. 이렇게 잃고 얻는 것을 반복하는 사이에 우리는 삶의 이치를 깨닫고 그렇게 하다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거스를 수 없는 당연한 이치인데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는 않았던가 리라가 먼저 두 사람을 떠나면서도 남겨 놓은 건 또 있다. 그마저도 리라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두 사람은, 그리고 이 영화를 따뜻한 마음으로 보았던 관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비록 애견인은 아닐지라도 그 보편적 가치는 모두에게 유효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일분만 더 (2015)

One Minute More 
9.2
감독
진혜령
출연
장균녕, 허룬동, 정춘성, 뢰패하, 이케하타 레이나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대만, 일본 | 110 분 | 2015-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