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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레이서 - [리뷰] 도약과 질주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갈증

효준선생 2015. 3. 22. 07:30

 

 

 

 

청춘들은 한국에서만 아프다고 아우성은 아닌 모양이다. 미국 젊은이들도, 국가는 전 세계를 향해 경찰국가의 소임은 다하는 지 모르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청춘들의 하루는 근근이 라는 부사가 어울린다. 영화 트레이서는 미국 청춘들의 군상을 등장시켜 경제적 결핍이 그들을 어떻게 망가뜨렸고 또 겨우 버티는 중인 그들을 착취해가며 제 잇속만을 차리려는 기성세대들의 부패상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늑대의 후예라는 이미지가 얼굴에서 채 가시지 않는 배우 테일러 로트너는 주연으로 나선 전작 어브덕션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차세대 액션 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고무공 같은 탄력적인 몸매와 강인한 인상은 두뇌형 해결사보다는 몸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에 더욱 잘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거기에 추가해 사회적 이슈에 접근해가는 모습이 제법이다. 이번 영화에선 역시 청춘들의 당면 과제인 먹고 사는 문제다.

 

 

어른이 없이 혼자 지내는 그가 월세를 내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병구완을 하며 지게 된 빚을 여태 갚지 못한 채 중국계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자전거를 타며 택배 일을 해보지만 한달 받는 돈이라는 게 50여만원에 불과하니 이런 식으로 해서는 미래에 대한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형편이다. 우연히 만난 파쿠르 일행들과 어느 정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동병상련 해보지만 현실에서 그들 모두는 속된 말로 루저급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런 그들에게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그들에게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해줄 천사일까 아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악마일까

 

 

파쿠르는 도심의 건물들과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온 몸을 던져가며 도약과 질주를 일삼는 독특한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그들을 보니 그저 한때의 여가를 위한 스포츠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과거 사연이 이들로 하여금 해서는 안되는 일에 손을 대는 계기를 만들지만 더욱 흥미로운 건 역시 러시아워에 갇힌 자동차 사이로 묘기를 부리듯 질주하는 자전거를 탄 메신저의 모습과 더불어 그 높은 건물을 사이로 마치 안방에서 건넌방을 옮겨가는 듯한 파쿠르의 모습들이었다.

 

 

파쿠르를 소재로 한 여러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범죄행각을 위해 도구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그 정당성만 놓고 보자면 아연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지도 않지만 안위를 위해 남자의 곁에 있어야 하는 여자의 마음까지 더해져 아픈 청춘들의 단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그들에게 한 탕은 그저 며칠을 위한 호구지책일 뿐이고 그러다가 잡히면 비호세력에 의해 다시 풀려나면 그 뿐이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세력들도 대개는 아시아권의 폭력 조직의 검은 돈이라고 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검은 돈을 훔치는 건 정당할 수 있겠는가.

 

 

이들을 규합하고 지시를 하는 남자는 유난히 중국계를 두려워한다. 과거의 어떤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지만 그의 실체를 알고 난 뒤엔 오히려 갸우뚱하게 만든다. 또 빚쟁이들 역시 이들 중국계들이다. 남의 나라에서 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미국인들의 뒷목을 잡고 사는 그들, 과연 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모두가 살기 위해 각자의 방법대로 움직이고 타인을 경계할 뿐이라면 할 말 없지만 다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의 그들의 일상이 부럽지만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영화는 주인공 청춘에겐 복권에 당첨되는 것 같은 행운을 준다. 하지만 건전한 노동의 대가가 아닌 누군가의 것을 탐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라면 그런 치부가 옳은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얻어낸 기쁨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젊음의 특권은 아무리 그래도 떳떳해야 빛이 나는 것 아닐까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트레이서 (2015)

Tracers 
9.3
감독
다니엘 벤마요
출연
테일러 로트너, 마리 애브저로풀로스, 아담 레이너, 라피 가브론, 샘 메디나
정보
액션 | 미국 | 93 분 | 201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