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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런 올 나이트 - [리뷰] 아빠의 밤은 아들의 낮보다 분주하다

효준선생 2015. 3. 21. 07:30

 

 

 

 

 

고슴도치라도 제 새끼는 귀엽다고 한단다. 가시에 찔릴까 두려워하지 않고 품에 넣는 용감함은 모성이나 부성애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럼 사람은 어떨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래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의 마음을 정말 많이 연기하는 배우로는 리암 니슨을 들 수 있는데 그의 부성애는 죽음을 불사한다. 그만큼 그의 자식들로 나오는 캐릭터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직업들이 열거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만족하는 자식들은 얼마나 될까 특히 위험한 일, 남을 해코지해야 하는 일, 그것도 모자라 내놓고 자랑할 만한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숨겨야 했던 아버지의 직업, 당연히 좋은 마음이 들 리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무시무시한 직업 킬러라면? 그런 이유로 척을 지고 산 부자의 상봉은 정말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발발한다.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보스의 아들을 죽여야 하는 처지에 몰린 아버지, 그런 아버지 반대편엔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영화 런 올 나이트는 리암 니슨표 액션 영화의 한 페이지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건 액션 자체보다 가족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진득하게 우겨 넣고 그걸 마치 종교처럼 신봉하는 어느 아버지의 모습을 줄기차게 따라다니는데 있다. 늘 그래왔듯이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건 그 자체가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혼자 지내며 보스의 아들을 통해 돈이나 얻어 쓰는 퇴물 킬러. 그런 그에게 한동안 잊힌 존재였던 아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생기고 도망도 도발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그가 선택한 극단적인 방법은 이 영화를 스릴러를 강렬하게 집어 넣고 액션을 가미한 드라마로 만든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도 지나 노년의 반열에 든 리암 니슨은 한 층 두터워진 주름살을 뒤로 하고 여전히 어두운 밤거리에서 총 한 자루를 들고 자식을 위협하는 무리들로부터 지켜내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아버지가 그 혼자만이 아니다. 아들 역시 가족이 있고 지켜야 할 자식들이 있다. 어렸을 때 총 들고 다니는 아버지가 그렇게 미웠지만 이젠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 있는 것 같아 애틋하기만 하다. 또 망나니 같은 아들이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알고 태연할 수는 없는 법, 이렇게 복수와 방어의 갈림길에서 서성거리는 두 남자의 충돌은 어느새 뉴욕의 하룻밤을 환하게 비춘다.

 

 

이 영화는 독특한 촬영기법이 눈에 든다. 마치 뉴욕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보는 듯한 부감(俯瞰)샷이 인상적인데 그로 인해 점프 컷이 이질적이지 않고 한데 이어지며 진짜로 하룻밤을 쓰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앞으로 또 얼마만큼의 영화들이 아버지의 표상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 지 모르겠다. 직접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또 부모 없는 길거리의 아이들을 모아 복싱 선수로 훈련을 시키는 것도 역시 의사(擬似) 아버지의 역할이며 그렇게 아들이 또 다른 아버지로 대를 이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리암 니슨의 아들로 나오는 스웨덴 출신의 조엘 키나만이 로보캅(2014)에서 머피(주연)였다.

 

 

 


런 올 나이트 (2015)

Run All Night 
8.2
감독
자움 콜렛-세라
출연
리암 니슨, 조엘 키나만, 에드 해리스, 커먼, 제네시스 로드리게즈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15 분 | 201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