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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멧 - [리뷰] 퀼트 조각같은 사랑, 이을 수 있을까

효준선생 2015. 3. 19. 07:30

 

 

 

 

 

두 사람은 첫눈에 반했던 걸까 아니면 시간이 흘러가며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식했던 걸까 사랑은 대개 두 개의 코스를 지나며 공고해지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기 십상인데 뉴욕남자 델과 엘에이 여자 킴벌리의 경우 역시 그런 과정을 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영화 코멧의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형식적인 면에서 무척 독특하다. 6년의 시간과 미국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공간적 제약을 기승전결의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보여준다. 이런 건 남녀의 사랑이 대개 그러하듯 순탄치만은 않음을 상징하고 꿈과 현실의 모호함을 덧입혀 판타지 멜로 영화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냈다.

 

 

우선 두 남녀의 캐릭터를 보면, 델의 경우, 킴벌리를 보는 순간 인연임을 직감했고 비록 그녀의 곁에 남자가 있었음에도 무식할 정도로 들이대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마초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킴벌리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가서야 끙끙앓는 스타일이다. 킴벌리의 경우, 완벽한 미모는 아니지만 끌리는 매력이 있다. 단아하면서도 어딘지 어수룩한 면도 있어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6년 동안 지속되지 못한 채 끊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그러다 다시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인연일 것 같으면서도 그게 하나로 매듭을 짓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두 사람은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엘에이의 유성쇼에서 첫눈에 들어 곁에 사귀는 남자가 있는 데도 데이트를 신청하며 우정과 사랑 사이 어느 즈음에서 시작한 두 남녀, 하지만 이윽고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그곳에서 말다툼과 오해를 한 끝에 헤어지고 시간이 흘러 우연인 듯 기차역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사건을 계기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뉴욕과 엘에이에 머물던 두 사람은 전화상으로 통화를 하던 중 또 다시 오해를 하는 일이 생기고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델은 킴벌리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로 작정한다.

 

 

이렇게 두 남녀의 밀고 당기는 사람 과정만 봐서는 여느 멜로 드라마와 다를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만만치 않은 건 이 모든 사연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 진행된다는 점이다. 유성쇼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덧 파리의 호텔로 점프를 하고 다시 전화를 주고 받으며 신경질을 부리는 두 남녀로 탈바꿈된다. 왜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일까 만약 사랑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하자.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순서대로 등장하면 좋으련만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중간에 뒤틀리고 원치 않은 상황이 끼어들고 그래서 기이한 꿈도 다 있다며 투덜댄 적이 있지 않았는가. 이들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델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면서 언급한 부분이 꿈 이야기다. 지나온 시간 자신이 사랑을 버리지 못했던 것을 자신이 꾼 꿈 내용을 이야기하며 상대에게 이해시키려는 부분이 전체적인 영화의 얼개와 닮아 있다. 그런 말에 현혹이 되는 건 당사자의 자유다. 그런데 듣고 있노라니 그건 한 사람만의 꿈이 아니었을 거란 느낌이 든다. 이들의 사랑이 지금까지도 유지되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늘 사랑한다고 말만 앞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싸우고 헤어지고 다른 사랑을 찾아 다니는 것. 아주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이 두 사람에게 보듯 인연이라는 게 분명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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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동안 두 사람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고 그 다음 장면을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될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그런 방식의 대화를 통해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해간 모양이다. 혜성을 의미하는 코멧처럼 사랑은 정말 하고 스쳐가는 것일까 그걸 눈에 넣어두지 않으면 어쩌면 영원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것 같은.  

 

영화 코멧은 연()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것도 현란할 정도로. 그 정도면 차라리 다른 인연을 만나볼까 생각도 하겠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이 두 사람의 연은 실이 아닌 실타래처럼 꽁꽁 얽혀 있는 모양이다. 인연을 믿는 연인이라면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코멧

Comet 
8.2
감독
샘 에스메일
출연
에미 로섬, 저스틴 롱, 에릭 윈터, 카일라 서비
정보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 91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