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물 - [리뷰] 돌도 씹어 먹을 나이, 약관(弱冠)

효준선생 2015. 3. 20. 07:30

 

 

 

 

 

영화 스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간지 기획기사를 들춰보며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문은 초등학생, 중등학생, 고등학생 별로 나눠 그들의 사랑 방정식을 다루고 있었다. 언급된 내용만 봐서는 어른들의 그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영양도 좋아지고 어른들의 정보를 보다 빨리 취득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 탓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엔 수염이 거뭇거뭇 자란 동네 형들이 애들을 모아놓고 들려주는 반쯤 믿을 만한 이야기가 어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스물이 된 세 녀석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고 있지만 요즘 애들과는 또 다른, 정확하게는 지금은 30세 즈음 되는 청장년들의 10년 전쯤 이야기라고 하는 게 옳을 듯 싶다. 영화 감독 이병헌(배우 이병헌이 아님)2012년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라는 독특한 시놉시스와 제목을 가진 독립영화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영화도 사실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세 청년의 이야기 자체가 자신과, 혹은 친구들이 들려준 사담을 충실하게 각본화 했고 중간에 끼어든 극중 감독의 입을 통해 감독의 역할에 대해 설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세 녀석이 마치 도원결의라도 하듯 뭉쳐 다니고 졸업 후 처지가 달라졌음에도 하고 다니는 건 다른 듯 비슷한 구석이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잔잔한 에피소드들과 뭉쳐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사건이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매몰되게 하는 게 아니라 세 명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겪어야만 했던 그 나이대의 일들을 흔히 만날 수 있는 사정으로 엮어내는데 돋보였던 부분은 역시 말장난에 가까운 애드립성 유머들이다. 그런데 그 휘발성 강한 멘트들이 묘하게도 현실과 맞물리면서 웃음을 배가했고 억지스러움을 느끼지 않아 좋았던 부분이다. 요즘 대개의 코믹 드라마들이 앞부분엔 웃음을 넣고 후반부엔 눈물 짓게 하는 신파성 요소들을 배치함으로써 상업영화의 기대치를 높였지만 이 영화는 정반대의 노선을 선택한다. 오히려 자기들 스스로가 울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나선다. 그 외에도 마치 카사노바처럼 이성 파트너를 갈아치우는 장면에서도 오히려 유머를 삽입함으로써 인스턴트 식 사랑에 더욱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적극반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영화는 생각보다 상당히 노골적으로 성적 유머를 많이 배치한 편이다. 그렇다고 끈적거리거나 직접적인 성행위의 묘사가 등장하는 건 아니다. 말로 그런 것들을 대신하는 편인데 민망한 부분이 적지 않다. 혹자는 요즘 취업 걱정이 대학 1학년까지 전이된 마당에 설마 저렇게 유독 성에만 집착하게냐 싶겠지만 막상 전부 아니라고 하기도 뭣 한 것이 믿을 구석이 많지 않는 요즘 그들에게 이성과의 만남만큼 절실하게, 혹은 원초적으로 다가올 게 또 있을까

 

 

세 녀석들의 각지 다른 처지들은 상당히 캐릭터로서 잘 자리잡은 것 같고 배우들과의 이미지와도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그들의 스무 살 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일을 하거나 공부에 매진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든 이들의 스무 살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동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어도, 전 남자친구의 친구와 눈이 맞아도 껄걸 웃고 마는 그들의 이상적인 낭만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만화 같아서 웃게 된다. 이런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감독 이병헌은 극중 감독 역할로 나온 박혁권의 입을 통해 감독으로 사는 것에 대해 들려준다.

 

 

 

 


스물 (2015)

8.9
감독
이병헌
출연
김우빈, 준호, 강하늘, 정소민, 이유비
정보
코미디 | 한국 | 115 분 | 201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