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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계일주 - [리뷰] 아빠찾아 떠난 길, 세상을 배웠네

효준선생 2015. 3. 18. 07:30

 

 

 

 

어린 시절을 보낸 노량진의 작은 골목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길인 줄로 알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어른들은 혹시라도 길이라도 잃어 버릴까 싶어 그 골목 밖으로는 나가 놀지도 못하게 했다. 그 골목 밖으로 나선다는 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지만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 왜 그렇게 무서운 일인지 아마 그때는 그랬던 모양이다.

 

                        

 

초등학교 2학년과 아직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남매의 험난한 길 찾기의 시작은 엄마의 뺑소니 교통사고를 규명하기 위해 반쯤 정신이 나간 아버지의 일탈 행위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딘 지도 모르면서 혹시 아빠가 감옥에 가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 집을 나선 것이다. 안산에서 서울 홍제동이면 사실 어른들도 나서기 쉽지 않은 길이지만 두 남매의 고행 길엔 가족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영화 세계일주는 처음에는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흥미롭겠구나 싶었다. 늘 살던 동네와 학교 언저리만으로 돌며 살던 아이들에게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 그 먼 곳까지 스스로 찾아 나선다는 발상 때문이었다. 지금은 종영된 관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길 찾기 미션을 수행토록 한 게 생각이 났는데 이번엔 보다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을 곳곳에 설치해 놓았다. 이런 부분은 마치 동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노란 염색 머리를 하고서는 지속적으로 출몰하며 두 아이들에게 시비를 거는 꼬마 깡패와, 인신 매매범과 부랑자들이 위협적인 존재라면 구멍가게 할머니와 고급 자동차를 탄 젊은 부부, 그리고 거리의 악사는 반대로 도움을 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아이들이 이들을 순서대로 만나며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은 성장하면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케이스며 그걸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생각해보니 좋은 사람, 악한 사람들을 외모로만 판단할 수도 없고 친절 여부로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특히 누나의 경우는 그래도 좀 더 나이가 먹었다고 상당히 경계하는 눈빛이지만 어린 남동생의 경우엔 조금만 살갑게 군다면 홀딱 넘어갈 것 같아 보였다. 두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비단 아빠를 찾아간다는 일념에서 시작한 것외에도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정글과도 같은 세상을 헤쳐가는 법, 그리고 사람들을 판단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두 아이들이 조금 더 세태에 물들어 돈을 구걸해 그걸로 편하게 지하철을 갈아타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이 영화는 아마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 흔한 스마트 폰도 사용하지 않고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 대로 그리고 아버지가 친구 샤프심을 훔쳐 썼다는 이유로 회초리를 들었던 것처럼 자신도 파출소에 있던 아버지를 향해 회초리를 드는 모습을 보니 차라리 아이들이 어른들 보다 낫다 싶었다.

 

                   

 

특히 두 아역 배우들의 연기들이 뒤로 갈수록 진득하게 다가오는데 엄마의 체취가 남은 털모자와 목도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다리위의 장면에선 눈물이 그렁거렸다. 성인배우들 이상의 깜찍한 연기를 선보인 두 아역배우들이 인상에 남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세계일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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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항배
출연
김정태, 박하영, 구승현, 성유빈, 타이거 JK
정보
코미디 | 한국 | 91 분 | 201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