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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울볼 - [리뷰] 원더스, 그 3년 간의 꿈

효준선생 2015. 3. 17. 07:30

 

 

 

 

고양 원더스는 이미 사라졌다. 사라진 것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건 어떤 누군가에겐 고통일 수도 있다. 한때 꿈을 꾸었던 자리, 타의에 의해 그 자리에 설 수 없게 되었을 때의 허탈감 같은 것 때문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그런 곳들이 한둘쯤 갖고 살게 된다. 어린 시절 뛰어 놀던 골목들은 이미 재개발로 사라졌고 모교는 다른 곳으로 이전해 가면서 또 사라졌다.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곳 역시 그 쓰임새가 달라져 지금은 다시는 가볼 수도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 어려움을 무릅쓰고 덤벼들었던 청춘의 한 페이지가 영화 파울볼에 샅샅이 녹아 있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도 벌써 33년이나 지났다. 그 동안 무수한 야구선수들이 이곳을 지나갔다. 스타로, 후보선수로 그것도 아닌 2군 선수로 자신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묻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플레이에 환호하고 그들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그런데 같은 야구 글러브를 낀 선수였지만 그곳에 단 한 번도 서 보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다. 도전을 안 한 것이 아니라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 흙 속의 진주임을 알아내고 그들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원더스의 시작이었다. 게임 업계의 큰 손이 구단주로 나서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마지막 야구 인생을 불태우려는 젊은 도전자들을 받아들여 훈련을 시킨 지 3, 세상이 그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고 원더스는 그렇게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영화 파울볼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안타도 홈런도 스트라이크도 아닌 파울볼이라니, 파울볼 자체는 유예를 의미한다. 아무리 많은 파울볼을 쳐도 진루할 수 없고 반대로 죽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 원더스 선수들의 처지를 가장 잘 대변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중엔 그래도 안타를 치고 나간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각 프로야구단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원더스의 유망주들을 뽑아 갔고 그들은 각기 다른 입장에서 진짜 프로야구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리틀야구에서 시작해 학원 야구를 거치며 마치 피라미드 구조처럼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는 프로야구, 일년에 수 십억을 벌어들이고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도 있고 2군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내일을 위해 땀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다. 기량차이가 있기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도 있고 선천적인 체격조건에서 딸리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의 차이가 오늘의 그들을 구별해 냈다면 그렇다면 그들의 내일도 오늘과 같기만 할까 몇몇 선수들의 이름은 익히 들은 바 있기도 하고 개중엔 이미 스타선수로 활약한 바 있는 베테랑 선수의 면면도 보였다. 하지만 대개는 프로의 지명조차 받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그들의 꿈은 소박하다. 원더스를 발판으로 프로 선수가 되고픈 마음이다. 그러나 소박하다고 모두다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었다. 이 영화는 훈련장면과 경기장면, 그리고 해체가 결정된 뒤 선수와 감독의 마음 씀씀이가 질박하게 그리고 애잔하게 담겨져 있다.

 

 

 

좋아하는 팀이 원더스 출신 선수들을 뽑아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기도 했고 제2의 원더스가 나와서 독립구단끼리의 경쟁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원더스가 해체된다는 사실에 엉엉 울고 말았던 고양의 어린 야구팬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는다. 이제 원더스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을 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던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이 들까 패자 부활전이라고는 인정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그들은 그저 별볼일 없는 2류 선수였을까. 그렇지 않다. 끝까지 해보고 안된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과 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마저 주지 않는 건 다른 셈이다. 일개 야구단의 명멸을 그린 영화지만 김성근 감독의 말마따나 인생은 시련의 연속일 뿐 실패의 끝은 없다는 말을 믿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서평 고양원더스 이야기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4623

 

 

 

 

 

 


파울볼 (2015)

9.8
감독
조정래, 김보경
출연
김성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7 분 | 201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