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소셜포비아 - [리뷰] 누워서 침 뱉기

효준선생 2015. 3. 16. 07:30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상태가 되면 오른쪽 하단에 알아서 팝업 창이 뜬다. 메신저라 불리는 녀석이다. 그 작은 공간에서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하루 근무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 역할을 했을 때가 있었다. 사무실을 지키는 내근직은 하루 종일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다가 서류를 작성하는 걸로 일과를 마무리 하기도 하고 외근을 나갔던 직원들도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며 눈치를 보며 메신저로 뭔가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헤맸던 때였다.

 

 

상대의 이름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알려고 하면 한 다리 건너 물어보면 알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소위 닉네임만으로 그를 대화 상대로 삼기도 했다. 세상 돌아가는 뉴스들을 주고 받기도 하고 문서 파일이 통째로 날아들기도 했다. 자기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하며 거래선들을 확보해나갔다. 물론 그 사이 사이에 특정인에 대한 가십거리들도 돌아다녔다. 컴맹에 가까운 높은 자리의 상사들은 하루 종일 일안하고 수다나 떤다고 하지만 그렇게 수다를 떨다 한 건씩 잡아 올리는 게 바로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별 다른 말도 못했다. 그때는 그런 재미로 살았다세월이 흘러 사무실 안에 놓인 컴퓨터를 대신하는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메신저를 대신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당연히 확장 버전이다. 나도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는 관음증은 더 이상 이상 행태라 할 수도 없었고 무의식적으로 퍼나른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익명성에 가려져 무감각해졌다. 결국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 것이다.

 

 

강에다 돌 하나를 던지면 던진 사람은 모르지만 그 강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학적으로 설명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타인에 대한 음험한 이야기들의 전파가 그런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위 카더라라는 소문의 진원지, 거기에 살이 덧붙여지면서 원래의 이야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원래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영화 소셜포비아는 작년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군대 내에서의 사건에 대해 한마디씩 덧붙인 것이 빌미가 되어 어느 여대생의 죽음을 야기하게 되고 그걸 마치 공유하는 것이 즐거움이 되어 버린 세태를 고발하는 이야기 구성으로 되어 있다. 외피는 과연 여대생의 죽음이 자살이냐 혹은 타살이냐를 구분하는 진실 게임처럼 보이지만 내실은 따로 있었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자신의 본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을때 견디기 힘들 만큼 취약해져 있으면서도 남들이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지르게 되는 익명성의 추악함을 건드리고 있다.

 

 

여기에 대한 반증으로 여대생은 다른 사람들의 글에 대해선 날 선 비평을 가하지만 정작 자신의 글에 대해 타인의 평가에 대해서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 다는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실체를 철저하게 숨기고 그들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들로부터 유리되는 걸 참지 못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온라인 활동은 이제 더 이상 소수의 취향만이 아닌 시대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들이 강물처럼 떠 다니고 그 안에서 그 것들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비록 글들로 오고 가는 것이지만 그 안에 실린 감정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은 감정이 상한 나머지 오프에서 직접 만나 싸움을 하기도 하고, 그것이 거꾸로 온라인에 실시간에 전송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영화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젊은 군상들을 나열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코너에 몰리는 것을 즐거워하면서도 막상 본인이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되었을 때의 압박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비록 이 영화가 젊은 층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그들이 주로 쓰는 용어들로 점철되어 있고 다소 극단적인 상황이 묘사되지만 실상 좀 더 나이 많은 세대들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구설수에 시달린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뒷담화라고 하는 험담에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설화(舌禍)의 피해자가 된 심정을 아마 이 영화를 통해 체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소통을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해 누군가의 이야기로 끝내지 않았는지 거꾸로 내일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면 참으로 섬뜩하기 이를 데 없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소셜포비아 (2015)

Socialphobia 
8.4
감독
홍석재
출연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유대형
정보
미스터리 | 한국 | 102 분 |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