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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래곤 블레이드 - [리뷰] 동서양 문명의 국지적 충돌

효준선생 2015. 3. 15. 07:30

 

 

 

 

 

실크로드는 중국 한나라 시대 서역 정벌과 함께 시작되어 동서양의 문물을 이동할 수 있게 해준 길이다. 당시 동양의 중국과 서양의 여러 제국들은 사막에 가로 막혀 서로의 존재에 대해 거의 전설처럼 알고 있었지만 바로 이 실크로드의 개척은 인류의 문화가 개방과 교류의 방식을 통해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실크로드 역시 이름과는 달리 부드럽기만 한 곳이 아니었다. 사막을 꿰뚫고 수많은 인마의 희생이 있고 나서 다져진 길이다. 그리고 그 역사의 초입에 중국인들이 영웅시하는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곽거병(去病)이다.

 

 

진시황이 중원의 제후국들을 아울러 최초의 통일왕국을 세웠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어 등장한 전한(前漢)의 한무제는 강역을 서쪽과 북쪽으로 넓혀 지금의 중국 영토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수하에 바로 곽거병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전장에서의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군인이 아니었다. 겨우 24살에 요절하고 만 기린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나라를 위협하던 북쪽의 흉노족들에게 그의 이름 석자는 호랑이 이상으로 두려움을 주었으며 한동안 한나라의 평화가 찾아온 것도 다 곽거병의 공로라 여겼다.

 

 

영화 드래곤 블레이드는 바로 이 곽거병의 흔적이 남아 있던 유적을 배경으로 그 당시에 있었을 법한 한바탕 전쟁 이야기를 각색한 성룡표 영화다. 성룡은 이 영화에서 곽거병이 거두어 도호부사를 지낸 후오안()으로 나와 곽거병 사후 혼란에 빠진 서역 안문관을 지키는 장수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영화, 생각보다 스케일이 작지 않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인구도 많은 나라지만 당시 그 지역에서 발호한 각각의 민족들을 끌어 모았다는 설정 탓인지 얼굴 생김새부터 한족과는 다른 몽골족, 위구르족, 거기에 이란인까지. 그리고 좀 더 글로벌 하게 만들기 위해 로마 유민과 귀족까지 추가시켜 세계 대전을 연상케 한다.

 

 

재미있는 건 성룡이 쉴새 없이 내뱉는 말이다. 죽이지 마라, 때리지 마라. 자못 평화주의자 같은 모습인데 상대방이 때리는데 맞고만 있는 바보가 어디에 있겠는가 난투극이 벌어지는 한 가운데서도 그는 사해동포론(四海同胞論)을 설파한다. 혼자서만 떠든다고 들어 먹을 수 없다는 건 다 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높은 지위의 다른 사람들조차도 서서히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게 유쾌한 함정이다. 성룡이 누구던가. 영화계에선 따거로 통하고 현재 중국 실물 정치권에도 발을 담그고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영화는 어느 젊은 과학자 커플이 사라진 왕국 누란을 찾아 나선 장면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누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이 길을 나섰지만 여태 정확한 위치와 유적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 대충 어디쯤이 아닐까 하는 추정한 한 상태인데 이 영화는 바로 그 누란왕국의 모습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다. 당시 서양의 로마가 정권 쟁탈로 혼란스럽고 권력을 위해 중국 변방까지 밀려 왔다는 사실이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 역할을 위해 존 쿠삭과 애드리안 브로디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이들이 서양으로부터의 공격이라면, 안문관에 터를 잡은 여러 소수민족들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다. 흉노족의 후예라는 설정의 성룡부터 시작해 다민족 연합군의 이합집산과 상대의 계략에 말려 목숨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한 이들의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이 영화는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효과를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황량하게 버려진 공간인 안문관을 고치기 위해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인 축성술이 동원되는 장면과 화살이 날아들고 박히는 장면들, 그리고 칼싸움에서 베는 장면들은 상당히 심혈을 기울려 찍은 티가 난다.

 

 

 

풍부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기에 영화 소재도 이토록 다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도 없다는 말이 그저 특정 시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고난의 역사가 나중에 후손들에게 영화의 소재로 삼아 돈도 벌고 즐거움도 선사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그마저도 달콤한 것이 아니겠는가. 혹자는 볼거리에만 치중했고 너무 평화를 읊조리는 성룡이 오버스럽다고 하지만 두 시간 동안 화려한 눈요기에 빠져 들 수 있는 오락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그 가치를 해내고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드래곤 블레이드 (2015)

Dragon Blade 
8.3
감독
이인항
출연
성룡, 존 쿠색, 애드리언 브로디, 시원, 임붕
정보
액션, 어드벤처, 시대극 | 중국 | 127 분 |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