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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뢰 - [리뷰] 살아 남겨진 자들의 마음가짐

효준선생 2015. 3. 13. 07:30

 

 

 

 

 

희대의 연쇄 살인마, 살아 있는 생명체를 제 손으로 죽여야 하는 이유도,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도 없다. 마치 비가 오면 충동적인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소시오 패스의 전형이라 한다. 많은 영화들이 이런 소시오 패스를 다루고 그들의 심리를 다루거나 혹은 범죄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내용을 다뤄왔다. 그런데 영화 살인의뢰의 경우, 중심엔 연쇄 살인마를 두고 그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가족들의 움직임을 교차해 넣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를 자들을 처단할 수 없는 건, 그렇게 되면 자신 역시 범죄자가 된다는 현실적인 제약과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형벌 안에 그들을 가두는 것으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족은 죽었는데 범인은 감옥 안이라고 해도 버젓이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이 된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점을 간파한다.

 

 

영화는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과 사적 복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전자는 연쇄 살인범과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들, 후자는 피해자 가족에 의한 치밀하게 계획된 행위를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형사의 여동생의 죽음과 조직 폭력배들의 잇단 피습사건이 별개의 건으로 진행되다 이 사건들이 한 가운데서 만나게 되는 시점에 이르면 과연 당사자라면 저럴 수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영화 살인의뢰는 제목만큼이나 묵직한 장면들이 속출한다. 범행 장면들에선 비록 많이 생략되어 있지만 직전 배우들의 몸짓이나 눈빛에 의해 압도될 법한 장면들이 제대로 스릴이 넘친다. 배우 김상경, 박성웅, 그리고 김성균등 결코 부드럽지 않은 역할들을 많이 소화해낸 기존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서 그들은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은 모습들을 선사한다. 세 사람의 캐릭터 역시 이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다. 공권력을 상징하는 김상경과 성실한 은행원에서 아내를 잃은 뒤 살벌한 킬러가 되는 김성균, 그리고 인면수심의 전형적인 소시오 패스를 연기해낸 박성웅,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난타전 끝에 최후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 그런데 과연 승자가 있는 게임이었나 승자를 가린다는 게 무의미함은 마지막 장면에서 한 남자의 눈빛으로 대변된다.

 

 

법에 의한 징벌은 과오를 뉘우치기 위한 매우 인간적 조치다. 하지만 그 조차도 개의치 않는다면 사형이 아닌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황을 만든다.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정도가 되면 사적 복수라는 말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법도 했다. 가해자 보다 더욱 피폐해져 가면서도 결코 복수의 일념을 접지 못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웠다 

 

 

아마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장면처럼 구치소 샤워장 격투 씬이 인구에 회자될 것 같다. 마치 진격의 거인이라도 되는 양 벌거벗은 상태로 상대를 압도하던 박성웅의 모습에서 그것이 연기임을 알면서도 두려웠다. 그런데 현실에선 어떤가 결코 물리적인 힘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타인을 옥죄는 다양한 힘의 논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 최근에 빈번하게 벌어지는 충동적 범죄 사건의 이면엔 이성이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팍팍한 현실이 그들을 그런 괴물로 만들어 놓은 건 아닐까 싶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살인의뢰 (2015)

8.7
감독
손용호
출연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 조재윤, 김의성
정보
범죄, 스릴러 | 한국 | 102 분 |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