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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드맨 - [리뷰]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다

효준선생 2015. 3. 11. 07:30

 

 

 

 

 

타인의 삶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연기를 잘하는 것 반대로 잘 못하는 것과 상관없이 무대 위에 올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원래의 모습을 감춘 채 정해놓은 구성에 따라 움직이고 대사를 하고 그렇게 만들어 낸 감정을 객석의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어떻게 하나 싶다. 이는 학교에서 외국어를 제 아무리 오래 배워도 막상 외국인과 낯선 공간, 낯선 상황에서 대화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긴장되고 움츠러들 수 밖에 없는 작업이다.

 

 

평생을 이렇게 연기를 하고 살아온 수많은 배우들, 개중에 인기라는 걸 얻어 부와 명예를 거두기도 하고 혹은 이름도 모르는 무명으로 그저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경우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직업이 배우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 자체로도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보는 것이고 막상 당사자들이 겪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 고통들은 그저 희멀겋게 웃음으로 넘기는 현실에서 그들을 보는 것으로 표현되기엔 무리가 있다.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점에서 배우들은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부터 어느 정도 달뜬 채로 산다고 한다. 개중엔 심하게 캐릭터에 몰입해 벗어나느라 진통을 겪기도 하고 개중엔 그 때문에 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이겨낸다고도 한다. 우리가 보는 화려함은 겉 포장뿐일 지도 모른다. 영화 버드맨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인물을 대변하고 있다. 한때는 시리즈 물로도 만들어질 정도 인기를 끌었던 영화 버드맨의 주인공. 어느 새 세월이 훌쩍 지나 다른 가공의 캐릭터들에게 밀려 나 속편 제작은 물 건너 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기마저 쉴 수는 없다. 자신이 기획하고 연출하고 주연으로 나선 연극 한 편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극의 내용은 사랑하는 아내의 부정을 발견한 한 남자의 파국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연기인생에 방점이라도 찍기라도 할 것처럼 긴장하고 연습을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그런 불안한 심리는 그 자신이 아닌 외부로부터 만들어져 그에게 전달된 것이기도 하다.

 

 

속옷 하나만 걸친 채 공중부양을 한 남자의 기이한 모습에서 시작을 알리는 이 영화는 예민한 사람은 금새 눈치챘겠지만 롱컷으로 찍었다. 심지어 극장 내부 인물들의 일상을 묘사하는 초반부엔 무려 20여분에 걸쳐 한 번의 컷 없이 카메라가 등장 인물들을 따라 간다. 그 좁은 극장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할 때다. 마치 초능력자라도 되는 양 물건을 손가락 하나로 움직이고 닫힌 문도 열리게 한다. 과연 그의 지금의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배역들의 서로간의 관계를 주목해 보자. 그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별 것 아닌 것까지 주인공과 연결이 되어 있다. 그 모든 것이 지금을 참으로 피곤하게 사는 그에게 영향을 끼친다.

 

 

영화엔 수십 명에 달하는 실존하는 배우들의 이름들이 거명된다. 왜 그랬을까 개중엔 결코 좋은 의미로 전해지는 이름이 아닌 경우도 있다. 또 적지 않은 영화들은 이번에 연극이 망하면 다시 영화 판으로 돌아가 무지막지한 자금을 끌어 들어 괴물과 살인으로 점철되는, 대중이 열광하는 영화 같은 것을 찍으면 된다고 하며 열거 된다. 비주얼로 등장하는 그 예전의 버드맨 사이로 온갖 종류의 맨 들이 등장한다. 그게 좋은 뜻이 아니라는 건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갈등 구조는 평론가와의 마찰이다. 펍 바에서 두 번 마주친 여성 연극 평론가는 연극 답지도 연극이라며 그의 연극에 대해 악평을 쓸 것을 예고한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창작자와 그걸 비평하는 일단의 무리들과의 일상적인 충돌이다. 이때도 그는 흥분할 수 밖에 없다. 과연 그는 이번 연극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칠 각오가 되어 있던 것일까.

 

 

 

그가 영화를 통해 비현실적인 조류인간의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하지만 그는 왜 그토록 하늘을 날고 싶어했을까 마치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언젠가는 떨어질 수 도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그일 텐데. 강박과 몰입의 상황에서 늘 긴장하며 살고 인기의 척도에 일희일비하는 그들의 일상을 광기어린 시선과 절묘하게 울려대는 드럼비트와 맞물리게 하여 오스카에 도전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버드맨 (2015)

Birdman 
7.2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19 분 | 201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