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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양을 쏴라 - [리뷰] 꿈을 꿀 수 없었던 아메리칸 드리머

효준선생 2015. 3. 10. 07:30

 

 

 

 

무엇 때문에 태평양 건너 그 머나먼 미국까지 가서 고생을 하며 살았던 것일까 사연은 구체적으로 들어나지 않았지만 미루어 추측은 가능했다. 그러나 그곳이 한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일신해줄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은 어쩌면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과의 외모와의 차이 이상으로 그들의 시각이 다르다는 걸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이겨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디 그런 만만한 곳이 있겠는가

 

 

사랑과 돈은 영화 태양을 쏴라의 중요한 테마다.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것도 고민이지만 둘 중에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다. 그러나 그 행운을 목전에 두고도 수중에 들이지 못한 걸 보면 그런 행운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존과 첸이라는 두 남자. 이름만 보면 국적이 애매하지만 생김새는 한국인과 중국계로 보인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는 건 언감생심이고 언제 불법체류자 딱지를 뗄 수 있을까가 관심사다. 그들에게 사랑과 돈을 건네줄 행운의 여신은 의외로 남자였다.

 

 

역시 한인이자 목사 행세를 하는 중년 남자는 그들을 통해 깨끗하지 않은 미션들을 넘겨주고 이젠 빼도 박도 못할 수렁에 한 발 걸치게 된다. 그런데 이상스러운 건 그러면 그럴수록 그 곳에서의 소속감이 생기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 기묘한 느낌은 역시 한국계 여성 사라와 남자가 움켜 쥐고 있는 거금 때문이다. 이제 이야기의 구성은 예견한 바 대로다. 여자와 함께 돈을 들고 그 넓은 미국 서부 어딘가를 헤매는 두 남자. 그리고 그들을 쫒는 무리들. 서부 액션의 한 끝자락에서 생사를 가늠할 대결만이 남는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90년대 청춘들의 일탈을 담은 영화 몇 편이 떠올랐다. 가진 것도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그 시절 믿을 수 있었던 건 젊음의 특권인 깡다구 정도 였을 텐데 이 영화 역시 그런 모습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는 이미 깨진 지 오래라고 봤건만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 믿고 가보는 사람들. 척박한 땅을 벗어나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착했다고 믿은 것일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기에 무모한 용기도 생긴다는 걸 보여준 것일까.

 

 

한 사람은 순정파 같은 사랑을, 한 사람은 돈을 향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두 사람 모두 현재 보다는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떠나 같이 있고 싶다는 열망과 나중에 중국식당이라도 차리고 싶다는 기대가 이들로 하여금 현실을 잊게 만든 최면제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 이들을 움직인 여자와 돈 모두 따지고 보면 그들의 소유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열세에 놓인 자신들의 처지를 잊고 밀어 붙인 것이다.

 

 

 

영화의 몇 장면은 마치 15초짜리 광고의 영상을 보는 듯, 유려하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등장 인물들이 왜소해 보일 정도다. 광고의 핵심은 상품의 특징을 최대한 압축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각인토록 하는 것인데 이 영화는 전체적인 줄거리의 흐름 일부에서 저런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여 쓸쓸한 청춘들의 뒷모습을 위무하는 것 같다. 현란할 정도 번쩍거리는 엘에이와 라스베가스의 야경 뒤로 겉돌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청춘들의 함몰된 어느 이야기들이 왜 그리 처량한지 모르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영화 태양을 쏴라엔 이처럼 영상미가 철철 넘치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태양을 쏴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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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태식
출연
강지환, 윤진서, 박정민, 안석환
정보
드라마 | 한국 | 87 분 | 201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