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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억의 마니 - [리뷰] 모성은 세대를 뛰어넘는다

효준선생 2015. 3. 6. 07:30

 

 

 

 

어떤 영화? 지브리가 선사하는 감동의 서정시, 우리네 정서와도 잘 맞는다

 

 

 

지브리 라는 이름 값이 거저 생긴 게 아니구나 싶었다. 어쩌면 이번 영화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돌았기에 영화 추억의 마니는 꼭 극장에서 챙겨 보고 싶었다. 전작인 마루 밑 아리에티를 3번이나 봤기에 이 영화의 연출자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를 믿고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결말부에서의 심금을 울리는 정서는 쉽게 "그런게 아니다"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바로 핏줄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상 살다 보면 자기만 잘 나 이 세상에 왔고 혼자서도 잘 살아낼 수 있다고 하겠지만 간혹 좀 다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어디서 왔고 누군가에게 기억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철학적인 것 같지만 우리들의 일상이 그렇다. 특정 종교에선 자기와 피 한 방울 섞이지도 않은, 단 한 번도 얼굴 본 적도 없는 피부색도 다른 남자를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게 친부모에 대한 사랑은 극적인 순간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곤 한다.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도 하지만 그 윤회적인 나고 자라고 죽는 과정에서 자신만 모르는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심정은 어떨까

 

 

그림 솜씨 하나만큼은 빼어나지만 천식으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안나, 차라리 공기 좋은 시골 마을에서 요양하는 편이 좋겠다 하여 엄마 대신 자신을 키워 준 아줌마가 알고 지내는 지인의 집에 간다. 그곳은 바로 북해도의 어느 바닷가 마을,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그곳에서 안나는 전과 다른 환경과 마음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오래 되어 보이는 별장, 그곳에서 그녀는 마니라는 또래의 소녀를 만나 친구가 되고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극복해 간다.

 

 

이 영화는 얼핏 보면 소녀시절의 감수성을 극대화한 동성 로맨스 영화 같기도 하다. 아직 이성에 눈이 띠지 않는 그녀들이 한데 앉아 있는 모습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이 영화는 관객들의 느낌과 상당히 유리된 그냥 그런 판타지인가' 싶었던 게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마치 자연스럽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마니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거나 혹은 별장의 화려한 치장들이 다음 날엔 거의 폐허처럼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심신이 허약해진 안나가 꾸는 장황한 꿈인가 싶기도 했지만 모두가 결말부에 휘몰아치는 진실에 맞닿아 있다.

 

 

영화는 일본 북해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그곳 서민들의 모습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시골의 역, 우체통, 칠석 마쯔리, 사일로등. 도시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미지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유영하듯 떠도는 두 소녀의 이야기가 분위기를 잡아 간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싶어도 공통 분모는 외로움이다. 어린 시절 입양되었다는 사실에 콤플렉스가 있는 안나와 아줌마가 입양조건으로 생활보조금을 받아왔다는 걸 섭섭하게 생각하는 그녀와, 반대로 가족들이 있지만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며 쓴 웃음을 짓는 마니. 도대체 이 두 사람은 어떤 사연이길래 다른 사람들의 개입은 최소화 하고 인연을 만들어가는 걸까

 

 

만약 이 영화를 엄마와 딸이 함께 본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선뜻 먼저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엄마와 딸이기에 당연하다고 여겼던 자애와 사랑의 감정들이 북받쳐 오를 지도 모르는 일이다. 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며 혼자를 중심으로 살다가 자신이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서야 그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니 이 영화는 바로 그런 감정을 건드리고 누군가의 눈물을 터뜨려 놓은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착하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따뜻함을 잔뜩 안고 갈 수 있는 영화 추억의 마니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씨네필 소울이 뽑은 3월의 추천작

 

 

 

 

 

 


추억의 마니 (2015)

When Marnie Was There 
8.3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타카츠키 사라, 아리무라 카스미, 마츠시마 나나코, 테라지마 스스무, 네기시 토시에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 일본 | 103 분 | 201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