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바이어던 - [리뷰] 상실의 공간에서 지탱하다

효준선생 2015. 3. 3. 07:30

 

 

 

 

  어떤 영화? 러시아의 국가 시스템이 개인의 영역을 어떻게 집어 삼키는 지를 확인시켜주다 

 

 

 

 

띵즈후[釘子戶]는 중국어로 철거 예정지에서 재산권을 주장하며 거액의 보상금을 주장하는 토지 소유주를 말한다. 국가 시책에 반발하는 케이스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선 드문 일이었지만 돈과 관련된 일인지라 그 만큼 골치 아픈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들의 주장은 좀 다르다. 대대손손 그 곳에서 살아왔고 정이 들었는데 대규모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쫒겨나게 되었으니 그만큼의 보상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건물에 대한 소유권과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이원화된 중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갑론을박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하는데 대개의 경우는 상당한 보상액과 함께 철거되는 방향으로 마무리 되곤 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 적지 않았다. 특히 전면적인 도시 재개발과 맞물려, 특히 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낀 상황에서 더욱 복잡한 일들이 벌어졌고 인명의 불상사도 벌어지곤 했다. 비슷한 소재를 가진 영화 리바이어던의 경우는 조금 달라 보였다. 우선 공익을 위한 재개발이 아닌 시장의 별장 건설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인해 풍광 좋은 곳에 자리한 개인의 주택을 철거하겠다고 나선 것이고 보상문제와 관련해 법원의 판결 또한 상대적으로 일방통행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 와중에 집주인인 콜랴의 고군분투가 벌어지는 데 이 영화는 권력에 의해 서서히 차례로 무너져 내리는 개인의 권리를 매몰차게 그려내고 있다.

 

 

인권이라는 단어와 결부 지어도 무방해 보이지만 그의 인권이 존중 받아야 할 현실적인 방법이 전무하다는 데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야 말로 오랫동안 이 땅, 이 집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하지만 내쫒기는 신세가 된 것이고 그를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면면은 오히려 그를 코너에 몰아내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친구이자 모스크바의 잘 생긴 변호사, 열 일을 제치고 친구의 송사를 도우러 시골까지 왔지만 그가 도움을 준 일이라는 별로 없고 오히려 가진 것까지 잃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동네 주민이자 교통 순경, 그 역시도 마찬가지다. 둘도 없는 조력자처럼 행세하지만 결정적인 증언을 하며 오히려 남자를 곤경에 빠뜨린다.

 

 

영화의 흐름은 느린 편이다. 러시아의 청회색 주조의 배경이 쓸쓸함을 배가시키고 인적이 드문 거리엔 마치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정적을 깨는 건 공권력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 시장이나 법정 판결문을 초고속으로 읽어 내려가는 장면을 긴 시간 보여주는 것 역시 위축들 수 밖에 없게 만든 장치들이다. 하지만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그나마 방패막이가 되어 줄 것 같았던 주변 인물들의 등돌림과 사랑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죽음 그 이상의 두려움으로 전해졌다.

 

러시안 무르만스크의 해변 마을, 그 넓은 땅을 가진 나라에서 무엇 때문에 땅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것인지, 언뜻 보면 추악할 정도의 탐욕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그걸 제대로 정제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에 이 영화는 날선 메스를 대고 있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거대한 고래 뼈로 인해 서늘함이 공습하지만 그건 주인공 콜랴의 집을 상징하고 권력에 대항하다 지쳐버린 그들의 황폐해진 전투력을 의미한다       

 

 

영화 제목인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에 등장하는 바닷괴물의 이름이다. 영화에선 괴물과도 같은 거대한 권력을 의미한다. 곤경에 처하는 순간 영화는 러시아 정교로 보이는 신부를 등장시켜 개인과 국가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간략하게 말해 리바이어던이라는 거대 괴물은 개인을 통제하며 하나로 규합하는데 매우 유용한 개념이고 이를 부정하는 개인에겐 신의 가호가 존재한다는 것이지만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콜랴의 입장에선 마치 선문답처럼 들릴 뿐이다.

 

 

이 영화는 러시아라는 거대 국가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개인의 사정을 쓸쓸하게 담아 내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따가울 정도의 거북한 내용일 텐데 지금의 통치자 푸틴이 교묘하게 비껴 서 있는 것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사격 연습을 한답시고 가져온 표적지가 전직 국가 수반의 사진들이다. 그 중에 푸틴은 현직이라는 이유로 좀더 두고 보자며 뺐고(개봉을 염려한 감독의 고충인 듯싶다) 러시아 민주화의 상징인 옐친은 시시하다는 이유로 배제했다. 유머지만 문득 한국의 저간 사정과 무척이나 흡사한 면에 놀라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