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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 [리뷰]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효준선생 2015. 3. 4. 07:30

 

 

 

 

  어떤 영화? 눈사태가 야기한 가족의 진면목을 확인하다, 딜레마 계열의 영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해 가며 가족을 구해냈다는 미담은 종종 그 당사자를 영웅처럼 만들었다. 정작 본인은 그 상황이 되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만약 자기만 살겠다고 몸을 피했다면 그 쏟아지는 비난으로 한동안은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은 타인의 평판에 매우 민감한 존재다. 혼자 무인도에서 살고 있다면 그런 건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테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평판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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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영화 포스 마쥬어 : 화이트 베케이션은 북국의 유머와 드라마, 그리고 스릴이 골고루 섞인, 보고 나서도 서로 토론을 할 법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다분하다. 프랑스 스키장에 닷새 동안 휴가를 온 4인 가족, 설원을 질주하며 신나게 스키를 타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사단은 스키장이 아닌 야외 레스토랑에서였다. 스키를 타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키장에선 인위적으로 폭파를 시켜 산사태를 만들어내는데 그걸 감상하다가 난데 없는 봉변을 당하고 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빠라는 사람이 보여준 생각지 못한 행동에 엄마와 두 남매는 어쩔 줄 몰라 한다. 평생 자신들의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라 믿었던 큰 산 같았던 아빠가 자기만 살겠다며 도망을 친 뒤 이들 가족 사이엔 냉랭한 기운이 돈다. 과연 이들의 휴가는 제대로 마무리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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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만년설이라도 뒤덮인 듯한 산봉우리가 켜켜이 들어앉은 스키장, 사위가 고즈넉하고 스키어들 정도를 제외하면 숙소인 리조트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그곳에서 어느덧 불편해진 사이가 된 이들에게 서로의 마음을 토로할 수 있는 계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내는 남편에게 그날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남편의 행위에 대한 진지한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극구 부인하고 마는 남편에게 실망하고 만다. 그런데 아직 어린 두 남매의 시선은 엄마와는 좀 다른 것이다. 이 일로 인해 혹시라도 갈라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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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가슴을 쓸어내린 정도의 해프닝이었지만 사태를 악화시키는 아빠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어떤 상황에 대해 대비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세상 모든 아빠들은 아내와 아이부터 챙길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 영화는 산사태로 인한 재난 극복 어드벤처 영화도 아니고 단란한 가정을 이야기 하는 홈 드라마도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가상의 상황을 던져 주고 각자의 처지에 따라 열심히 토론하게 만든다. 비단 주인공에게만 던져준 미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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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만난 여자와, 그리고 이들 가족을 찾아온 친구 커플. 비록 완전한 형태의 가족 구성은 아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부부의 고민은 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제시한 만약에? 라는 주제는 우리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라는 설명이 된다. 생각해 보면 참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투닥거리는 일이 많다. 작은 꼬투리가 점점 커져 나중엔 본질이 무엇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잠잠해지나 싶으면 수면으로 떠오르는. “그때 당신은 어디로 갔나에 대한 냉소적 질문과 옹색한 대답은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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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그들대로, 그 사이에 낀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판단을 할 것이다. 이들에게 휴가는 스키타고 좋은 리조트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가는 시간만이 아닌 가족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소중한 단서를 얻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눈 사태로 인해 아빠의 행동이 주목을 끌었다면 셔틀 버스 장면에서 엄마의 행동은 마치 수미상관의 그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영화 내내 공세적 입장을 취했던 엄마와 수세에 몰려 기이한 행동까지 보여준 아빠의 입장이 묘하게 뒤바뀐다. 잘 피우지 않던 담배까지 물고 의기양양하게 언덕길을 내려오는 아빠의 모습이 돋보인다 가장의 역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막중한 모양이다(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