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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 투 더 비기닝 - [리뷰]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자 미래의 과거

효준선생 2015. 3. 2. 07:30

 

 

 

 

어떤 영화? 미국 고등학생들의 상상력과 발칙함이 돋보인다 

 

 

 

타임머신은 누구에게나 꿈의 기계다. 그걸 타면 가고 싶은 시간을 골라 가볼 수 있으니 과거의 어떤 일을 다시 만나고 싶거나 혹은 그걸 막아볼 수 있으면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나온 일을 기억하고 축적할 수 있는 능력으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아직 타임머신의 등장은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타임머신의 등장은 그 어떤 혼란을 가져올 지 자명한 일이다.

 

수많은 타임 슬립 영화들이 있어왔다. 그것들은 과거로, 혹은 미래로 옮겨 다니며 추억의, 혹은 상상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지만 여러 가지 전제조건들을 부여해 놓았다. 예를 들어 히틀러를 암살하겠다는 거와 클레오파트라와 만나는 건 안된다고 못을 박는다. 무엇 때문인지 궁금한데 사실 더 혼란스러운 건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일이다. 또 하나는 시간 이동을 하고 나서 혹시라도 영원히 다시는 현재로 돌아올 수 없게 될 때의 난감함은 이런 종류의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영화 백 투 더 비기닝의 소재는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의 특정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지만 형식은 파운드 풋티지를 사용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핸디 캠을 활용해 직접 촬영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방식인데 사실감을 만들어 내는 반면 관객입장에선 다소 어수선하게 느낄 소지가 크다. 특히 급박한 상황에서도 혼자 등장하는 장면에서조차 셀캠을 찍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게 그렇게 타당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끝까지 그 방식을 놓지 않았다. 물론 연출과 여러 촬영 스탭들이 그들을 동시에 찍고 있다.

 

                                               

 

우연히 죽은 아버지의 캠코더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데이비드는 친구들에게 그게 문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타임머신 제작의 실마리임을 밝힌다. 이내 제작에 들어간 그들은 장고 끝에 결국 휴대용 타임머신을 만들어내는데 까지 성공하고 그걸 이용해 가고 싶은 과거로의 여행을 만끽한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하게 타임머신을 제작하고 그걸 이용해 과거에 가서 하고 싶은 장난 비슷한 것도 해보며 신나해 하지만 이 영화의 포인트는 후반부다. 이는 기술적인 오류나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하며서 벌어지는 표면적인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과거로 돌아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져 온 시간의 흐름을 바꿔 놓았을 경우 벌어지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주목한다. 여기에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이한 생각과 현재라는 가치가 과거의 시간이 농축되어 형성된 엑기스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무심코 지나쳐 버린 과거의 일을 반성하고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인간의 의무라면 이들 5명의 미국 고등학생들의 치기 어린 행위는 그런 과정을 무시했기에 받아 들여야 하는 자업자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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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오늘 발표된 로또 번호를 알아낸 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복권을 잔뜩 사두면 현재에선 당첨될 수 있다는 설정이 깔려 있다. 그런데 반대로 미래의 시간으로 미리 가서 복권번호를 알아낸 뒤 현재로 돌아와 복권을 사둔다면 마찬가지로 미래의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도 전제가 깔린다. 당연히 나 혼자 그렇게 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 영화는 오로지 과거로의 이동에만 관심을 갖는다. 미래로 가는 기능이 불가능한 건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 같지는 않은데 애초 목적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구애 였다면 그건 타임머신의 존재를 간과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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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시간의 흐름을 역행한다는 건 본인들도 어린 시절, 그리고 기억마저도 그 시절로 돌아가야 맞는다. 자신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치기 어린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을 보내는 우리가 혹시라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온 그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 중에 한 번 가보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미래를 택해 보겠다. 10년 뒤, 20년 뒤 그곳에서 아직도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다면 다시 돌아와 더 열심히 살 계기가 될 것 같아서다. 그만큼 현재가 버겁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백 투 더 비기닝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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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감독
딘 이스라엘리트
출연
조니 웨스턴, 소피아 블랙-디엘리아, 샘 러너, 엘렌 에반젤리스타, 버지니아 가드너
정보
SF, 스릴러 | 미국 | 106 분 | 201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