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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리뷰] 변죽만 울리고 사라지다

효준선생 2015. 3. 1. 07:30

 

 

 

 

  어떤 영화? 남녀간의 사랑보다 뒤틀린 성적 판타지에 몰두하다 

 

 

 

BDSM은 인간의 성적욕구 중 결박, 훈육, 가학, 피학을 예로 들어 이야기 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변태적 성행위로 매도되고 있지만 그 안을 조금 더 파고 들면 이성과 윤리로 중무장된 인간 본성 저간에 자리한 어느 구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에선 심심치 않게 다뤄지고 있고 그것이 예술성을 지닌 미학이라거나 혹은 형이상학의 좋은 교훈의 의미로 탈변한다며 묘사되곤 해왔다. 그런데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미국 작가 E.L.제임스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좀처럼 영상으로 옮기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저잣거리에서 이 영화를 두고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칭하는 이유는 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파격적인 성행위 묘사와 흔히 변태적 성행위와 관련된 용어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와 이를 모방하는 사례마저 속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영화가 성적 욕구의 일탈이나 해소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다. 아동기 시절 연상의 지인으로부터 당한 피학적 성행위의 그림자가 성인이 된 지금도 그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는 멀쩡한 한 남자의 조금씩 변해 가는 성정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그레이 재벌의 상속자인 남자 크리스챤, 자신을 인터뷰 하러 온 세상 물정 모르는(정확하게는 모르는 척하는) 여자에게 관심을 둔다. 그게 흔한 사랑의 시작 정도로 여긴 여자 아나스타샤, 여자에겐 첫 경험의 기회 된 첫 번째 관계, 그러나 남자는 여자에게 계약을 운운하며 단 한번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조건을 내민다. 과연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속적 사랑과 하룻밤의 육체적 관계라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남녀, 일탈의 시작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과연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디까지 이르게 될까

 

 

이 영화를 본격적인 포르노 무비로 던져 버릴 수 없는 건 두 남녀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극히 정상적인 남녀 관계로의 인도를 해보려는 시도를 하는 여자의 심리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두 사람이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순간부터 기대를 저버렸다. 지극히 정상적인, 두 번째는 다소 강도를 높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변태적 성행위라고 까지는 할 수 없는 체험 수준의 것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고 안달이 나지도 남자의 마음을 빨리 돌리지 못해 불안해 하는 여자도 없었다. 몇 가지 잡다한 룰이 소개되지만 용어의 어감에서 주는 난삽함 정도를 제외하면 그저 남녀 관계의 독특한 정립 정도라 보인다.

 

 

두려움은 생각에서 나온다는 말을 한다. 만약 야한 동영상에 익숙한 케이스라면 이 영화는 새 발의 피도 못 된다. 심지어 저준위 소프트 코어에서 입맛만 다시다 만 꼴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비록 실생활에서 저런 장면이 연출되기를 바라는 성인이라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에 의해 매도될 테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해결하는데 익숙한 케이스라면 직접적으로 매질을 가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오히려 심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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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행동을 지배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흠흠하는 헛기침 소리가 사방에서 퍼진다. 누군가는 침을 꼴깍 삼기고 상체를 잔뜩 움츠린 채 다음 장면에서 벌어질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들이 제대로 언급되지 못한 채 흘러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안타깝다. 그레이는 왜 회삿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되는가, 그의 괴팍한 성적 취향에 대해 언질을 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가. 그리고 그가 내뱉은 50가지의 그림자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혹시 원작 소설엔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밀봉된 채 서점 서가에 꽂힌 철 지난 구 도서를 사서 읽어볼 생각은 없다. 만일 2편도 나올 요량이 아니라면 이 영화는 에피타이저만 먹고 메인디시는 구경도 못한 채 나온 꼴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015)

Fifty Shades of Grey 
7.3
감독
샘 테일러-존슨
출연
제이미 도넌, 다코타 존슨, 제니퍼 엘, 일로이즈 멈포드, 빅터 라수크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5 분 | 201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