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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트 크롤러 - [리뷰] 절대 놓을 수 없는 동앗줄

효준선생 2015. 2. 28. 07:30

 

 

 

 

  어떤 영화? 인간의 본성, 그리고 황색 저널리즘의 교집합 

 

 

 

일에 중독되어 가는 모습을 이토록 치명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영화 나이트 크롤러에서의 주인공 루의 최초의 모습은 공공기물을 훔쳐다가 팔아 넘기는 양아치 짓이나 일삼는 그런 인물이었다. 하지만 천재일우라고나 할까 우연히 거리에서 목격한 사건 현장과 그걸 카메라에 담아내는 소위 프리랜서 뉴스 수집가들의 활약에 감이 온 것이다. 준비된 자에겐 언제나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간혹 이렇게 예기하지 못한 곳에서 기회와 마주칠 수도 있는 모양이다.

 

 

첫 번째 찍은 조잡한 영상이 250달러에 거래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속으로 무척이나 흥분했을 것이다. 철근 쪼가리를 팔아봐야 몇 십 달러나 벌지 모르는데 그저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그 정도 가치를 한다는 사실이. 하지만 그보다 그를 달뜨게 만든 건 자신이 찍은 영상이 다음 날 속보 뉴스로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이 부분은 무척 중요했다. 사회 밑바닥을 기며 살던 그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다리를 발견했다는 것. 흔히 성공 했다는 인사들이 준비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둥, 혹은 잡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둥 자신 만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듯 하지만 세상엔 정답이 없다. 루가 발견해낸 건 이미 그는 고졸 출신의 별 볼일 없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 마치 악어처럼 한 번 문 건 절대 놓지 않는 근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를 향해 사람 다룰 줄 모른다고도 하고 너무 속물적이다라고도 하지만 그의 속내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대신 그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비록 캘리포니아 지역 방송이지만 그건 권력을 상징한다. 그 안에서 지역 뉴스가 만들어져 세상에 전달되고 돈이 벌린다. 하지만 누군가 사건 현장에 접근해 영상을 확보해주지 않는다면 그건 영상 뉴스가 아닌 라디오 같은 음성 뉴스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좀 더 자극적인 것에 열광하는 습성이 있다. 우리와는 좀 더 다른 화끈한 것들 것 찾기에 크롤러등은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드는 것이다. 유혈이 낭자하고 신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된 영상들, 그걸 어떻게 불특정 다수가 보는 방송에 내보낼 수 있냐고 하지만 돈을 내고 이런 방송을 골라 보는 시청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고 경쟁이 있기에 점점 독해질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엔 크롤러의 삶을 사는 루와 그를 따라 다니는 조수의 일상이 담겨져 있지만 이면엔 소위 황색 저널리즘의 추악한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경쟁사에 뺏길까봐 위험한 거래도 불사하고 경찰이 오기도 전에 사건 현장에 도착해 영상을 채취해가는 모습들, 그리고 그건 특종과 낙종을 가르는 중요한 차원이고 누군가의 밥벌이가 되기도 한다.

 

 

루와 그를 둘러싼 몇몇의 인물들은 굉장히 긴장된 상태로 사는 게 틀림없다. 늘 새로운 것 찾아다니는 야수의 모습같고 그 안에 언론의 윤리 따위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비웃겠지만 우리의 언론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선혈이 낭자한 모습 대신 살색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핑크빛 뉴스기사들이 퍼 날라지고 그 아래 기자와 매체의 이름이 당당하게 박힌다. 루를 상징하는 인간의 본성이 그런 것일까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 벌이는 어쩔 수 없는 행위인 것인가. 다들 이 위험 천만한 밤의 행진에서 스릴을 느낄 만도 하지만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또 다른 루 에게 보내는 강렬한 메시지 같았다. 루를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은 그의 쏘는 듯한 눈빛으로도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씨네필 소울이 뽑은 2월의 영화 후보작

 

 

 

 

 


나이트 크롤러 (2015)

Nightcrawler 
8.4
감독
댄 길로이
출연
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빌 팩스톤, 앤 쿠잭, 에릭 랭
정보
범죄, 드라마 | 미국 | 118 분 | 201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