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헬머니 - [리뷰] 그녀의 욕은 세상에 대한 호소

효준선생 2015. 2. 27. 07:30

 

 

 

 

 

    어떤 영화? 욕쟁이 할머니를 통해 본 세대간의 소통을 그린 가족 드라마 

 

 

 

외국어를 배울 때 욕은 참 애매한 녀석이다. 따로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설사 글로 배웠다고 해도 막상 써먹기엔 너무나도 남우세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인의 입을 통해 자신의 귀에 박힌 그 적나라한 한 마디의 욕설에 마치 예전부터 들어왔던 욕의 본연적 기능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원초적 본능이라 하겠다. 자신의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여러 가지 욕들은 일종의 배설 효과다. 밥을 먹으면 나오는 것이 있듯, 느낌이 충만하면 걸맞는 욕설이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인간적이지만 욕은 결국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혼자만의 넋두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영화 헬머니는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록 그 형식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듯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을 채용하고 있지만 실상은 가족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가족과 욕이 무슨 상관 관계가 있나 싶을 텐데 숨겨진 또 하나의 인자는 바로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지만 곳곳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꽤나 못마땅한 사회현상과 문제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들은 단체로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다. 화를 내다는 말이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라는 말까지 덧붙이고 나니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화나게 만들었는가 싶다. 여기에 대고 좀 차분해 지라고 조언을 해 줄만한 어른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쪼달리다 보니 결국엔 가족에게 그 화풀이를 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케이스들이 자주 눈에 들어 온다.

 

 

욕을 하면 안 된다고 어렸을 적 분명하게 배웠지만 자기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오는 욕설을 이성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건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혹은 현재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기에 가능한 구석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사연이 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는 대신 현재의 그녀에게 좀 더 집중한다. 장남에 대한 미안함이 주를 이루며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차남을 위해 욕으로 승부하는 방송까지 나가는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는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어머니 상이다.

 

 

근래 영화들이 주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많이 다뤘지만 어머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가 최근엔 드물었다. 이렇게 아들에 대한 서로 다른 감정이 뜻대로 풀려갈 지는 잘 모르겠다. 방송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욕을 내뱉는 어느 할머니를 향해 어느덧 연민의 눈초리를 보내고, 과거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훈훈한 조우들은 이 영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역할을 해낸다.

 

                     

 

그동안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캐릭터를 구축해 왔던 일용엄니 김수미는 적절한 애드립을 섞어가며 자막이 필요할 정도의 독창적인 욕을 쏟아 낸다. 이런 종류의 욕에 익숙한 귀를 갖고 있지 않거나 그 어떤 것도 방송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매스 미디어의 다소 과장된 행보가 눈에 거슬리지만 어떤 길을 가더라도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이 영화의 의도는 눈치 챌 수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정은 물론이고 소통마저 원활하지 않은 요즘 세태를 코믹하고 또 감수성 있게 만든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헬머니 (2015)

8.5
감독
신한솔
출연
김수미, 정만식, 김정태, 이태란, 정애연
정보
코미디 | 한국 | 108 분 | 201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