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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 해피 와이너리 - [리뷰] 먹고 마시고 사랑하라

효준선생 2015. 2. 26. 07:30

 

 

 

 

 

어떤 영화? 만물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다. 웰빙 그 이상의 로하스 삶 

 

 

 

장래희망에 대해 물으니 아이는 아버지처럼 시골 농부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도시로 나가 하고 싶은 음악공부를 해보려고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렇다고 한 번 품은 꿈을 포기하기엔 자신감이 충만했다. 사내아이로선 해볼 만한 기개였다. 그러나 세상 일이 자기 마음 같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음악가로선 치명적인 이명 현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다시 찾아오지 않으려 했던 고향에서 그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영화 해피 해피 와이너리는 3년 전 개봉했던 해피 해피 브레드의 연작의 성격이 짙다. 감독과 주연 배우, 그리고 스탭 구성에서 그래 보였다. 하지만 전작이 세편의 에피소드들을 묶어 비교적 인생의 밝은 면을 다루었다면 이번 영화에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려는 남자와 어린 시절 엄마와의 좋지 못했던 기억을 이겨내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북해도 서쪽에 자리한 작은 마음 소라치, 한때는 광업이 주된 산업이었지만 이젠 밀과 포도 등을 경작하는 곳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오와 로쿠 형제 역시 농부로 살아가지만 각자 조금은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어느 날 형제의 포도밭 근처에서 땅을 파기 시작한 정체 불명의 여자가 등장하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땅을 파는 것일까

 

 

 

포도는 다년생 작물이지만 그렇다고 매년 그 땅에서 질 좋은 포도를 수확하기는 힘들다. 지력 탓이다. 두 해 정도 풍성한 과실이 열렸다면 한 해 걸러 땅을 쉬게 해주어야 하는데 땅을 일궈 먹고 사는 농부 입장에선 수확이 없으니 생계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저장이 가능한 포도, 즉 발효주인 와인이었다. 하지만 신선한 포도와 달리 포도주는 숙성이 관건인 마실거리다. 제대로 숙성 시키지 않은 포도는 와인이 아닌 포도주스 일 뿐인지라 그 과정을 지켜내려는 와인 제조업자들의 모습은 장인의 그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아오의 입장은 좀 다르다. 굳이 팔아서 돈을 벌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임에도 그는 흙 냄새 폴폴 나는 자기의 와인에 만족하지 못한 채 심각하게는 신경질 적인 반응을 내고 있다. 그건 촉망받는 지휘자였던 과거 그의 모습과도 닮았다. 그의 삶은 자연인 같다. 띠 동갑인 어린 남동생과의 시골 생활이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아오를 포함한 그곳 모두의 삶은 나름대로 만족하며 사는 것 같았다. 바쁘게 사는 데 익숙한 도시인들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 영화의 방점은 여기에 있다. 설사 아오가 입에 맞는 와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손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였다. 더 중요한 건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내의 산물이 바로 제대로 된 포도주라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집 근처에서 나는 식물로 한 끼 식사를 동네 사람들과 나눈다는 의미의 킨포크가 유행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지향하는 오늘날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의 방식인 셈이다. 제 손으로 길러 먹고 나눠 먹으며 유대를 높이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킨포크의 가치는 앞으로도 점점 높아질 것 같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기구한 사연을 담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면서도 욕심 부리지 않는 일상의 삶이 주된 소재라는 느낌이 든다.

 

 

                      

여자가 땅을 파는 이유는 수억 년 전 그 땅의 주인인 암모나이트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것들은 이후 마찬가지로 엄청난 시간을 땅 밑에서 갇혀 있었던 것이다. 인근 포도나무의 뿌리가 조금 떨어진 곳까지 찾아 든 것이 인생의 무상함 마저 느끼게 한다. 그럼 암모나이트와 포도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래 인고의 세월을 흘려 보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원제인 포도의 눈물은 겨울을 이기고 눈을 뚫고 나온 포도 줄기에서 수액이 또르르 쏟아져 나오는 걸 말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해피 해피 와이너리 (2015)

A Drop of the Grape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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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미시마 유키코
출연
오오이즈미 요, 안도 유코, 소메타니 쇼타, 타구치 토모로오, 마에노 토모야
정보
드라마 | 일본 | 117 분 |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