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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편 - [리뷰] 또 다른 세상을 위하여

효준선생 2015. 2. 24. 19:30

 

 

 

 

 

  어떤 영화? 마지막 칼잡이들의 새로운 인생 설계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인물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재야의 범인으로 묻힐 때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덧입혀 전설로 만들곤 한다. 그러니 전설이라 불리던 인물의 실재는 솔직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영화 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편을 장악했던 히무라 켄신 역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메이지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칼잡이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토록 그의 캐릭터에 열광했을까 혼란스럽고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절을 살며 난맥상을 일도에 베어줄 청량감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싶다.

 

 

3부작 중에서 2부에 해당하는 바람의 검심 : 쿄토 대화재편에 이어 내상을 심하게 입은 히무라와 그 일행 등은 천우신조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각자도생한다. 물론 서로의 생사여부조차 알 수 없으니 앞으로 그들이 해야 할 일 따위에 신경 쓸 여력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절은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비록 마지막 칼잡이 세대지만 여전히 사무라이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두려움이었고 제 아무리 총이 칼을 대신하게 된 때라도 단 칼이라는 어마무시한 존재감은 사라지기 힘들었다. 이런 때 새롭게 치장한 일본을 무너뜨리겠다며 등장한 악역을 제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가 한때는 한솥밥을 먹었던 혈혈단신의 유랑검객 히무라라는 사실이 그 시절 일본 정부의 허약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라 하겠다.

 

 

전편에서 언급한 대로 토사구팽당한 처지의 시시오의 세상에 대한 분노와 이를 제압하기 위해 자존심따위는 개나 줘버린 채 좀 더 강한 칼잡이를 끌어다 쓰게 된 사연들이 이번 시리즈 앞 부분에 드러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왜 목숨을 건 사투에 뛰어들어야 하는 지가 배우들의 입을 통해 구구절절하게 설명되는 탓에 다소 맥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간헐적인 칼싸움과 각자의 사정이 한데 합쳐 지는 건 아무래도 마지막 20여분에 걸친 접근전에서 보이는 칼싸움이라 하겠는데 부상이 염려될 정도의 격투감이 대단한다.

 

 

관군이라 할 수 있는 경찰이 들고 있는 총이 유약해 보일 정도로 주인공들의 칼 솜씨는 대단했다. 하기사 저 정도 실력을 갖고 있어야 세상의 불의와 맞서 단신으로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런 엄청난 칼싸움 뒤로 결국 이들 모두가 쓰고 버려지는 도구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살생을 할 수 없다며 과거의 과오를 씻는 히무라와 한때는 정부를 위해 일했지만 온 몸의 화상으로 정상적인 인물값도 못하며 복수심에 불타는 시시오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둘 다 난형난제의 칼 솜씨를 자랑하지만 시대를 잘 못 태어난 죄라고 밖엔 할 수 없을 것 같다.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역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시시오의 행각이 비단 개인적인 복수심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자기 주관적인 새로운 국가의 창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헤게모니가 더 이상 칼 끝에 있지 않는 세상을 살면서도 여전히 과거의 영화에 매달린 채 세상을 향해 겁박을 일삼는 일본의 몇몇 정치 소인배들에게 이 영화는 호소하고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편 (2015)

Rurouni Kenshin: The Legend Ends 
6.2
감독
오오토모 케이시
출연
사토 타케루, 타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오오야기 카이토
정보
액션, 시대극 | 일본 | 134 분 | 201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