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수춘도 - [리뷰] 사랑도 권력도 부질없었던 시절

효준선생 2015. 2. 23. 07:30

 

 

 

 

  어떤 영화? 관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았던 세 남자의 사랑과 처세 

 

 

 

명나라는 중국의 여러 왕조 중에서도 독특한 정치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 건너 조선 역사의 흐름과 매우 밀접한 양태를 띠고 있다. 왕조의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 권력 다툼으로 형제와 숙질 간의 피를 부르는 정쟁이 끊이질 않았고 그 와중에서도 몇몇 현군의 등장으로 생각보다 오랜 기간 통치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었다. 두 나라 간 상호 작용이긴 해도 무() 보다는 문()을 내세웠고 이 때문에 역사에선 대표적인 수렴의 왕조라 했다.

 

 

금의위(錦衣衛), 지금으로 치면 검찰 같은 사법(司法)기관이다. 그 위세가 대단해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있지만 개 중엔 아무 이유도 없이 정적 제거라는 이름으로 숙청당한 자들도 부지기수였다. 명나라 황제들이 중기 이후 연이은 혼군(昏君)들의 등장에도 나라를 잃지 않았던 건 세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 강력한 외적의 침략이 없었다. 원나라 후예들이 집결한 몽골족들은 겨우 명맥만 유지했고 나중에 청나라가 될 후금 만주족이 일어나기 전까지 중원을 위협할 세력이 없었다. 둘째 금의위 처럼 왕에 대적할 정적들을 알아서 제거해주는 권력 기관이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이유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관들의 세상이라 할 수 있었던 명나라에서 그들은 황제를 둔 채 2인자 행세를 하며 일시에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백여 년을 거치며 대대손손 환관들이 돌아가며 나라를 좌우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대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명 말 위충현은 무척이나 유명한 태감이었다. 그 역시 선배 환관들 처럼 축재에 몰입했고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로 인해 생을 마감해야 했다. 하지만 환관이 죽었다고 꺼져가던 나라의 명운이 되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영화 수춘도는 잘 짜인 시나리오로 완성된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몇몇 중국 사극들에는 허무맹랑한 싸움질과 요술이 난무하는 것과 달리 명 나라 말기의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당시 금의위 총기(지금의 검사)로 일했던 세 남자의 각각의 사정으로 흥미롭게 삽입해서 긴장을 놓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고 잘 알려진 배우로는 장진 정도였지만 이름 값보다 전체적인 짜임새와 편집, 그리고 이야기 구성의 흐름이 좋았다.

 

 

이 영화엔 금의위가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존재했다. 바로 동창(東廠)이다. 자금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택가에 자리한 이곳은 바로 환관들의 사적인 권력기관이었다. 이곳은 한때는 금의위를 능가하는 조직이었던 적도 있고 그로 인해 두 기관의 알력도 심했다. 영화에선 위충현이 꾸려간 동창이 금의위에 의해 압박을 받고 그로 인해 수세에 몰린 세력들의 의외의 획책이 등장하기도 한다. , 권력을 향한 의지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성이 다른 세 남자로 보아 아마도 금의위에서 일하며 의형제를 맺은 관계로 보이는 데 각자의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로 인해 후반부에 예기치 못한 일과 연루되기도 하고 이걸 풀기 위해 힘든 결정도 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세 남자의 활약 뒤엔 멜로 라인도 삽입되어 있는데 여배우들의 미모도 주목하게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마치 요즘 세상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현대극으로 리메이크 한다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점이 바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연출력이라 보인다.

 

 

사는 게 참으로 힘들어 보이는 그 시절, 남자의 순정과 치열한 권력 다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눈치싸움, 스러져 가는 망국의 처연한 분위기들이 화려한 칼 싸움 속에서도 지워지질 않는다. 막판에 변발을 한 채 등장하는 전직 명나라 관료의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시대의 흐름엔 역행할 수 없는 것일까 권력도, 사랑도 영원하지 않다.(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수춘도

Brotherhood of Blades 
7.3
감독
루양
출연
장첸, 왕천원, 이동학, 섭원, 금사걸
정보
시대극, 무협, 스릴러 | 중국 | 111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