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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 - [리뷰] 세상을 뒤엎고 싶은 마음

효준선생 2015. 2. 21. 07:30

 

 

 

 

  어떤 영화? 메이지 시절 칼잡이들의 서로 다른 처세술 

 

 

 

 

메이지 유신은 일본입장에선 외세의 침략에 맞서 일본인 스스로가 강해져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정치 혁명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에 존재했던 막부 시대의 종결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주나 사무라이등으로 잘 알려진 그 시대의 종말은 뜻하지 않게 상당수의 실업자를 양산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늘 칼 한 자루와 충성심으로 똘똘 뭉쳤던 사무라이들에게 느닷없이 폐도령이 떨어지자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그들은 사회에 불만을 품은 세력으로 성장하게 되고 그 와중에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관군등과 맞서는 일도 벌어졌다.

 

 

영화 바람의 검심 : 교토 대화재편은 검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전설의 칼잡이 히무라 켄신이 지난 날 살인을 뉘우치고 칼을 거둔 뒤 뜻하지 않은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칼을 잡게 된다는 이야기의 이번 시리즈는 역시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때는 관군의 일원였다가 이내 그의 실력과 웅지에 겁을 내 불에 타 죽은 줄로 알았던 시시오의 세상에 대한 반격을 이야기 축으로 삼아 두 사람의 진검 승부가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발도재라는 별명답게 칼을 쓰는 데는 귀신같지만 켄신은 그런 칼이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 뒤엔 무고한 인명의 살상이 따를 수 밖에 없고 차마 휘두르지 못하는 그의 칼은 역날검으로 압축된다. 역날검은 칼의 외면이 뭉툭해서 상대를 칠 수는 있어도 벨 수는 없어 그 자리에서 인명을 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안쪽 날이 날카롭게 벼린 탓에 오히려 자신이 다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반면 안티 히어로로 등장하는 시시오의 사연도 마냥 그를 악의 축으로 매도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 무엇이 그를 그런 괴물로 만들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정의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사무라이를 대신해 나타난 경찰들이 총을 들고 다니며 위협하는 것이며, 관료를 임의대로 살해하는 것이나 무고한 백성이 죽고 난 위 마을 사람들이 뒤에 찾아올 위해가 두려워 쩔쩔 매는 것등, 본격적인 싸움 이외의 것들에서 의미를 찾아보게 한다. 19세기 말 일본 사회의 흐름을 선과 악의 강렬한 대비로 그려낸 이 영화는 대규모 육박전도 눈길을 끌지만 역시 주인공 켄신의 날렵한 칼 싸움이 최고다. 저런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근접 장면은 보기에도 아슬아슬해 보인다. 주먹이 아니라 칼날이 오고 가는 것이라 제 아무리 촬영용 도검이라 해도 손에 땀이 난다.

 

 

이 영화는 이번 시리즈에 이어 마지막 한 편을 더 남겨두고 있다. 당시 수도인 교토의 대화재가 본편이 아닌 이후 일본의 수도로 부상하는 도쿄에서의 대회전이 그려진다고 암시를 하고 여전히 시대를 잘못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은근하게 오늘날의 일본의 모습이 적지 않게 투영되고 있음을 발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바람의 검심 : 교토 대화재편 (2015)

Rurouni Kenshin: Kyoto Inferno 
6.9
감독
오오토모 케이시
출연
사토 타케루, 타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오오야기 카이토
정보
액션, 시대극 | 일본 | 139 분 | 201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