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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격의 거인 : 홍련의 화살 - [리뷰] 담 너머엔 누가 살고 있을까

효준선생 2015. 2. 19. 07:30

 

 

 

 

  어떤 영화? 거인의 진격으로 성 안에 갇히 사람들의 반격, 일본의 자화상 같다 

 

 

 

일본인들 자신들의 처지를 언급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일본이 가진 지정학적 조건에 대한 이해가 조금만 있으면 알 수 있다. 영화 진격의 거인 : 홍련의 화살 이야기다. 예고편을 통해 거인이 높은 담장 너머로 살벌한 눈빛으로 담장 안에 몰려 있는 인간을 지긋이 내려다 보는 장면은 전율이 흐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이었다. 이 영화에서 거인은 선량하기만 한 인간을 괴롭히는 악한으로 나오고 특히 예고편에 등장하는 핏기 가시지 않은 극 시뻘건 근육을 다 내놓은 거인은 다수의 거인들에게 길잡이를 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일본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열도국이다. 대륙과 접점이 많지 않고 동으로는 너른 태평양을 보고 있기에 서쪽으로부터의 경계만 잘 서면 국토 방위에 큰 위협은 없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군사위협이 있었던 적도 없고 그저 왜구 정도만 들락날락 거리다 혼쭐이 나서 쫒겨 간 기록만 남아 있다. 그런 그들에게 19세기 서구 열강의 등장은 아마 이 영화에서의 거인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좀처럼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그들의 신무기의 위력 앞에서 일본은 개항이라는 미명하에 앞 마당을 내주고 만다. 자기들은 유신이네 혁명이네 떠들지만 항복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과거의 일만 가지고 투사된 거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영화에서 젊은이들을 선발해 그들로 하여금 거인들을 막게 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유약함에 답답함마저 느껴진다. 싸움을 할 수 있는 군대를 가질 수 없는 평화 헌법이 아직 유효한 그들로서는 그런 설정도 가능했다.

 

 

거인이 인간을 산 채로 입 안으로 꿀꺽하는 장면은 엽기적이다 못해 꼭 저런 장면을 여과없이 넣어야 했을까 싶을 정도인데 침략자들의 흉폭함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거인들의 모습도 자기들 말처럼 기괴하다. 나체로 둥글둥글한 모습에 심지어 어린 아이의 형상을 한 거인들도 있다. 자기들끼리 의사 소통은 커녕 비명조차 쉽게 내지 않고 공격성이라기 보다 인간이 눈 앞에 있어 먹잇감을 찾은 동물처럼 비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 안의 인간들은 결사항쟁의 투지를 불사른다. 그들이 첩첩이 쌓아 놓은 성곽 안에서 그래도 살겠다는 의지의 피력은 자기만의 안위를 걱정해서는 아닌 듯싶었다.

 

 

이번 편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가장 중앙엔 그들이 보필해야 할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 만약에 그의 존재가 일본 왕 정도라면 이 영화는 좀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침략 전쟁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할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한 만큼 갚겠다는 심보다. 등장 인물들을 죄다 유럽권 이름을 붙여 놓은 것 하며 성 안의 건물들이 동유럽의 모습을 닮은 걸 보면 이 영화는 전쟁과 응전의 과정을 일본 특유의 과장됨으로 버무려 놓은 나물 같은 반찬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원작 만화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요소가 있어 보인다. 그 옛날 레슬링을 통해 자국 선수가 서양의 거한들을 당수로 넘겼을 때 온 국민이 환호한 것처럼 몸 크기가 1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소년, 소녀들이 제 몸 사리지 않고 거인들을 무찌르는 모습에 열광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보는 이 영화가 주는 상징성이라는 건 상대적이다. 만일 저 거인이 서구의 열강이 아닌 일본이라면, 혹은 또 다른 강대국이라면, 성 안에 갇힌 우리로서는 과연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주 작은 단서 하나에 피를 토하듯 울부짖으며 멘트를 하는 일본의 성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좀 난감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진격의 거인 : 홍련의 화살 (2015)

Attack on Titan: Crimson Arrows 
6.2
감독
아라키 테츠로
출연
카지 유키, 이시카와 유이, 이노우에 마리나, 타니야마 키쇼, 코바야시 유우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액션 | 일본 | 119 분 |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