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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 [리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효준선생 2015. 2. 14. 07:30

 

 

 

 

  어떤 영화?  한 여성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이 괴물을 만드는 현상에 주목하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세상 소식 사이를 교묘하게 이어주는 걸 SNS라고 하자. 흡사 개인적인 의사 배출구라 할 수 있는 그것들이 타인과 접속을 시도하게 되면 원래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괴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영화 리뷰를 블로그에 싣고 그걸 트위터에 자동으로 전재하는 것 외에는 일부러 트위터나 페이스북등 등록된 SNS를 작성하지 않지만 우연히 다른 사람들의 그 짧은 글을 보면 저들은 왜 저렇게 흥분되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말과 달리 글을 반 영구적으로 남을 수 밖에 없기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럴 필요까지도 없을 텐데 불특정 다수를 향해 게워내는 토사물 같은 글들을 보면 솔직히 역겨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타인의 주목도 끌고 자신의 의사를 강렬하게 표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이상한 측면에서 광폭된 것 같다.

 

                    

 

어찌되었든 당사자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들이 부풀려진 채 세상을 떠돌고 그걸로 인해 엉뚱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일들도 적지 않은데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이런 면모가 존재했던 모양이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바로 이 SNS와 언론이 만든 괴물이 한 여자를 어떻게 범죄 용의자로 만들어 내는지 짜임새 있게 구성한 사회극이다. 팔등신 미모의 직장 여성이 숲 속에서 난자 당한 뒤 불에 타 죽은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런데 같은 직장 동료라는 여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트친을 통해 범인이 누구인 것 같다며 영상 제작자에게 귀띔을 한다. 사건은 사망 사건에서 시작되지만 이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화한다. 이 온라인 상에서의 귀띔이 없었다면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었을 테지만 수 많은 사람들은 마치 탐정이라도 되는 양 자신들의 자의적 판단을 깊은 숙고 없이 쏟아 내기 시작한다.

 

 

단 한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뜻과 맞는 글에 맞장구를 치고 이걸 본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들만 외부를 향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주겠다는 식으로 부풀린다. 그 와중에 죽은 여직원과 묘한 경쟁관계에 있던 여직원이 진범으로 지목되고 이제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불미스러운 일들까지 시시콜콜하게 재연된다. 물론 영화에선 그런 것들을 상상처럼 오버랩 시키지만 그것들이 공개되는 장소는 어처구니 없게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일개 SNS에서 시작한 추측성 가십거리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부풀려지고 당연한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사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확실히 남들보다 외모가 뛰어나다면 주목 받기 마련이다. 일본인의 체형이라 하기 믿기 어려운 몸매의 그녀, 동료들 사이에서도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들리는 소문만으로 그녀는 죽어도 싼 여자로 치부된 셈이다. 하지만 예쁜 게 죄는 아니지 않는가 남자 동료들에게 인기 많고, 심지어 인기 그룹의 멤버와 사귄다는 소문까지도 그럴 듯하게 포장되는 게 어색하지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죽은 그 미모의 여직원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할 여력이 없다. 과연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리지 않아도 좋다. 그것보다 하도 코너로 몰아 붙인 채 사방에 날아오는 잽과 훅을 얻어 맞는 한 여직원의 처지가 오히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는 측은지심을 유발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정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어린 시절 두 소녀가 멀리 떨어진 각자의 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점멸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건 옛날 방식의 통신의 일환이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이 아닌지라 그럴만도 한데 지금처럼 통신의 시대에 만연된 너무나도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의 폐해가 오히려 촛불 만도 못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익명성에 기대어 차마 대면으로 하지 못할 말들이 온라인에서 짱돌처럼 던져질 때 어떤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영화 후반부 자동차에 치일 뻔 한 남자와 여자의 조우 장면, 이 영화의 이야기를 두 시간이 넘게 끌고 간 당사자 임에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랬을까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씨네필 소울이 뽑은 2월의 영화 후보작

 

 

 

 


백설공주 살인사건 (2015)

The Snow White Murder Case 
8.4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이노우에 마오, 아야노 고, 나나오, 카네코 노부아키, 오노 에레나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일본 | 126 분 | 201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