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기생수 파트1 - [리뷰] 주변엔 별고 없으신지요?

효준선생 2015. 2. 13. 07:30

 

 

 

 

  어떤 영화? 인간의 모습을 한 괴수로 하여금 사회문제에 접근하려 시도함 

 

 

인간의 신체 어딘가에 들러붙어 양분을 빨아 먹고 산다는 의미로 기생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엔 벌레 충()이 가장 잘 어울린다. 기생충이라 하면 30년 전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자신의 변을 작은 봉투에 담아 학교로 가져 오라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엽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일들. 유난히도 그날엔 봐야 할 그것이 세상에 나오길 거부하는 바람에 선생님에게 혼도 나고 주변에 돌아다니던 개똥을 넣어가지고 가는 바람에 나중에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에 죄다 걸렸다며 구충약을 한 웅큼 삼켜야 했던 개구쟁이들의 모습까지. 그런데 비단 기생충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불필요한 인간들을 일컬어 암적 존재니, 혹은 기생충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욕을 먹는 부류도 있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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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수, 엄청난 학습능력을 가진 걸로 봐서는 벌레보다는 몇 등급 위라고 생각은 든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몸에 달라 붙어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존속한다는 차원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흉측하기 이를 데 없고 개중엔 무척이나 잔인한 녀석들도 있다. 일본 원작 만화를 마치 그대로 베껴낸 듯 이미지의 복원에 충실한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자극적이라 할 수 있다. 징그러운 걸 잘 보지 못하거나 심장이 약한 관객들은 난감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영화 심상치 않다. 그저 인간에게 달라붙어 피나 쪽쪽 빨아대는 불필요한 존재이기만 한 것일까 도대체 왜 이런 크리처가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 중심엔 기생수면서도 다른 기생수와는 다른 성향을 가진 두 개의 기생수의 모습 때문에 그렇다.

 

 

파트 1 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번 시리즈에선 기생수의 원천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도시 인근에서 시작해 근해를 지나 육지로 옮겨 온 것과 영화 초반 특이하게도 국제 원자력 기구를 부감으로 보여주는 걸 보면 혹시라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유출된 모종의 화학물질로 변이된 신종 괴물이 탄생한 것은 아닐까 해는 유추를 해보게 된다. 극히 개인적인 私感이다. 어찌되었든 인간의 귀를 통해 뇌를 잠식하게 되고 얼굴이 파열되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성향을 가진 이 괴물들은 스스로 분화하거나 번식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한 개체가 한 사람을 차지하고 들어 앉은 모습이다. 성별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인간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사실만 빼면 이들에게 성별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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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괴물들이 인간을 공격하고 평소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가진 폭력성이다. 만약 영양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타인을 공격해 인간의 몸을 영양분으로 삼거나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는 경우엔 그걸로 상대방은 끝장이다. 그런데 이런 공격 일변도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닌 개체가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의 오른손에 깃든 오른쪽이라는 이름의 녀석이다. 다른 괴물들처럼 뇌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른손에 들어가게 된 사연도 재미있고 그런 탓에 인간의 뇌와 괴물의 손이라는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마치 초능력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주인공의 캐릭터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조금 바꿔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으로 나오는 고등학교 3학년생의 성장담 같기도 하다. 신이치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여자친구와의 진도도, 그리고 자신의 몸 일부를 장악한 괴물과의 동거에서도 처음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초식남이라 할 수 있는데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대적하는 모습으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주인공 신이치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신이치가 다니는 학교의 과학선생인 료코다. 그녀 역시 괴물에게 잠식당한 상태지만 그녀는 쉽게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과의 공생을 입에 올린다. 또한 임신한 몸으로 인간과 괴물이 교집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차분함이 지나쳐 냉혈적으로까지 보이지만 그녀의 조율로 인해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장면과 스토리들이 파트 2에서 전개되지 않을까 추정된다.

 

 

주인공으로 나온 소메타니 쇼타를 비롯해 리틀 포레스트의 하시모토 아이의 미모와 정말 대사처럼 일본인 답지 않은 기럭지를 자랑하는 히가시데 마사히로등의 청춘 스타들과 후카츠 에리와 아사노 타다노부의 중견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뽐낸다. 조금은 징그러울 수도, 조금은 섬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곁에 알게 모르게 들러 붙어 피를 빨아가며 사는 기생괴물 같은 존재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그들과도 과연 더불어 살 수 있는지 따져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기생수 파트1 (2015)

Parasyte: Part 1 
8.2
감독
야마자키 타카시
출연
소메타니 쇼타, 후카츠 에리, 아베 사다오, 하시모토 아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정보
스릴러, SF | 일본 | 110 분 | 201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