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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 [리뷰] 문제는 서민경제다

효준선생 2015. 2. 12. 07:30

 

 

 

 

 

어떤 영화? 가난한 서민, 천민들을 등장시켜 엉망이 된 경제에 대한 일침을 가한다 

 

 

 

서민들의 지갑을 돌보는 건 비단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국정 책임자라면 누구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문제다. 밥그릇을 빼앗긴다는 사실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걸 선거 때 투표로 응징하겠지만 예전 왕이 존재하던 시절엔 민란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제 아무리 성군이 집정하던 시절이라도 최하층의 민생까지도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다면 당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터질 폭탄 같은 것으로 존재해왔다.

 

 

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가상의 탐정을 등장시켜 조선 정조 시대 전국에 만연했던 저질 은을 만들어 내는 무리들을 색출한다는 내용이지만 그보다 비중있게 다룬 내용은 그 어떤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노비로, 기녀로 팔려가야 했던 이 땅의 힘든 계급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건 비단 조선 후기뿐이 아닌 지금의 이야기와도 오버랩된다. 저질 은은 위조 지폐라고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무역 거래의 불균형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고리대를 갚지 못해 자신의 생녀를 대신 내 주어야 했던 부모의 마음, 그리고 그렇게 팔려간 어린 아이들은 목숨도 부지 할 수 없는 곳에서 일을 하거나 왜나라로 팔려가야 했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이 영화는 이미 2011년에 선보인 1편에 이은 시리즈 물이다. 당시에도 조선 시대의 탐정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많은 호평을 받았고 후속 시리즈가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제작 기간이 좀 길어졌긴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했던 만큼 김명민, 오달수 콤비의 케미는 돋보였으며 1편에선 정치와 종교적 코드가 강세였다면 이번엔 경제적 코드가 주류를 이룬 셈이다. 어찌 되었든 조선시대 왕들 중에서 그나마 세종과 정조를 성군으로 뽑는 이유 중엔 태평성대를 구가 했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신산하고 피폐한 걸 보니 나랏님이 제 아무리 똑똑해도 아랫것들은 원래가 힘들었구나 싶은 측은지심도 든다. 그래도 가상의 탐정이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어차피 탐정은 사건의 의뢰를 받는 입장이고 보니 이야기 중심축은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어린 여자아이와 탐정의 주변에서 계속 머물며 알 수 없는 추파를 보내는 기녀의 이야기로 엮이며 구성된다. 물론 나중에 밝혀진 이야기지만 따로 놀던 이야기가 하나로 수렴하는 데는 저질 은괴를 만들어내는 공간의 정체와 관련이 있고 이런 현상이 결코 단기간에 등장했다 사라진 일이 아니었음을 환기한다. 다시 말해 서민들은 오랜 시간 고통을 견디며 살았고 그걸 몰랐던 위정자들은 오히려 그 중간에서 사리사욕을 챙기느라 급급한 모습들이다.

 

 

이 영화엔 그 시절에 과연 존재했을까 싶은 각종 과학 기술의 총아들이 대거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자잘한 소도구부터 하늘을 나는 광목으로 된 패러글라이딩까지, 마치 자신이 과학자라도 되는 양 군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비록 몸을 쓰는 일엔 무척 약하고 여색에도 약점을 보이는등 허당 이미지는 여전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면모와 더불어 최소한 부정한 일엔 눈을 감지는 않을 것 같은 믿음직함이 이 시대엔 찾아 볼 수 없을 것 같아 더욱 눈길이 간다.

 

 

계기가 되어서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의 시리즈 물이 나올 수 있을까 기대가 크다. 영국의 셜록과 왓슨에 못지 않은 캐릭터인지라 또 다른 내용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편을 위해 나온 이연희의 사정과 누구지? 라는 의문이 영화 끝나고 엔드 크레딧을 확인하게 만든 조관우의 호연도 눈길을 끈다. 혹자는 김민이라는 탐정이 정약용이나 박문수를 닮았다고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현실에서도 존재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이런 식으로라도 상상 속의 탐정과 의협(義俠)이라도 찾는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2015)

8.1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이연희, 최무성, 조관우
정보
코미디, 어드벤처 | 한국 | 125 분 | 201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