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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웰컴, 삼바 - [리뷰] 위로가 필요한 시절을 공유하다

효준선생 2015. 2. 10. 07:30

 

 

 

 

  어떤 영화? 전혀 다른 처지의 두 남녀를 통해 더불어 살 수 있음을 모색하다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와 잘 나갔던 화이트 컬러의 만남, 그것도 전자가 흑인 남자고 후자가 백인 여자라면 개 중엔 백안시하며 그들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연인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으로 관계를 규정하면 좋을까 극심한 실업률과 개인화된 생활이 맞물리며 서로에게 위로가 될 존재가 된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시도된 영화 웰컴, 삼바의 경우, 이주 노동자들이 사회 구성원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종의 용광로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선조들이 워낙 식민지 개척을 활발하게 한 탓에 영토 확장은 시원하게 해 놓았지만 그 곳에서 몰려드는 피부 색 다른 이주 노동자들은 그들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간에 상당한 이슈를 만들고 있고 그것들이 적지 않게 영화의 소재로 다뤄진 바 있다. 미국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인데, 그렇다면 프랑스에선 아직 그들을 받아들일 사회시스템이 덜 성숙했다는 말일까 비록 이 영화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불법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일상을 에피소들로 담아 놓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정 반대에 입장에 선 한 프랑스 여성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차라리 투명에 가까운 창백한 피부를 자랑하는 여배우 샬롯 갱스부르는 현재 불면증에 걸려 병가를 낸 전직 헤드 헌터로 등장한다. 물론 혼자 살고 있고 경제적인 압박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녀의 정신 상태다. 남들과 비교해 업무 성과로 타인에 의해 평가를 받는 데 익숙했던 그녀는 일시적인 분노 조절 실패로 피할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킨다. 그 탓에 지금 쉬고 있고 자신을 번 아웃 증후군 환자로 여긴다. 그녀가 쉬는 동안 이민자 센터에서 자원 봉사자로 일하다 만난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의 불법 이민자를 만나고 그를 통해 속 깊은 위로를 받는다.

 

 

사실 그녀가 그에게 어떤 면에서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 첫 눈에 불이 튀는 상황은 없었다. 자기보다 세 배는 되어 보이는 체적에 왕방울만한 눈에 두툼한 입술등 전형적인 흑인의 모습을 한 그에게서 도대체 무슨 위로를 받았다는 말일까 단서로 제공된 그림이 하나 있다. 그녀가 복직을 하는 첫 날, 사무실에 주루룩 앉아 있는 인텔리전트한 양복 쟁이 백인 남성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내 흔들리는 그녀의 동공. 그들은 모두 그녀의 경쟁자이자 애초부터 친구 같은 것은 될 수 없었겠다 하는 신호를 보낸다. 비슷한 상황은 남자에게도 있었다. 추방당하지 않으려면 유러피안 처럼 굴라는 삼촌의 조언에 따라 코트를 입고 잡지를 손에 든 남자. 지하철을 타자 마자 그를 향해 쏟아지는 알 듯 모르듯한 요상한 눈초리들. 그들 역시 남자와 어울려 살아갈 사람들이 아님을 넌지시 알려준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서로가 아니고서는 진심으로 필요한 위로를 얻을 수 없는 사람으로 설정된 탓이다. 두 사람을 애정을 나누는 연인으로 몰아가려고 했다면 이 영화는 그저 로맨틱 코미디 수준에서 머물렀겠지만 그보다는 유머가 적지 않은 사회파 영화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뻔히 들통날 게 분명해 보이는 타인의 신분증을 들고 다니며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남자, 요리 보조에서 시작해 고층 유리창 닦이, 쓰레기 분리 작업, 소위 노가다 일들을 마다 하지 않지만 그 누구도 그가 불법 노동자라는 사실만으로 그를 외면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노동인력에 대한 수요가 분명 존재함에도 프랑스가 그들을 보는 이중적 시선은 이들의 삶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셈이다.

 

 

프랑스에 가족이 없다는 이유가 추방이냐 잔류냐를 구분짓는 잣대가 되는 현실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은 매우 현실적이고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 보다 좀 더 불편한 진실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선다. 불법에 다시 불법을 더 하고 나면 남는 것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불려 남자의 원래 이름(삼바)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낯선 공간에 머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숫가에 집을 짓고 싶은 희망을 실천하기에 이곳만한 곳이 없어서 인가 아니면 자신의 처지를 헤아려 주는 친구가 살고 있어서인가.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통해 친숙한 얼굴인 오마 샤이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불법 이주 노동자로 등장해 연기를 한다. 전편보다는 웃음기를 줄였지만 생각하지도 못했던 타하르 라힘과의 조합이 제법 잘 어울렸다. 이들 배우들의 면면(오마 샤이는 세네갈 계, 타하르 라힘은 알제리 계)에서 보듯 태생적인 조건인 인종이나 민족보다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느냐는 현재형 고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웰컴, 삼바 (2015)

Samba 
9.9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톨레다노
출연
오마 사이, 샬롯 갱스부르, 타하르 라힘, 이지아 이즐랭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120 분 | 201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