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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 [리뷰] 영국 신사, 우산대신 총을 들다

효준선생 2015. 2. 9. 07:30

 

 

 

 

  어떤 영화? 조용한 첩보가 아닌 대놓고 떠드는 화려한 한판 

 

 

 

비밀 정보국 요원들의 활동을 다룬 영화를 에이전트 무비라고 하는데 하도 들어서인지 미국의 CIAFBI, 영국의 MI6 는 식상하고 러시아의 KGB는 활약상이 미미한 지라 더 이상 뽑아 낼 게 있나 싶다.  우리도 심심치 않게  정보기관에서 일한다는 직원들의 이야기가 영화화 되지만 요즘엔 댓글 달기와 정적 감시활동에 치중한다고 하니 그들이 영화에 나오면 피식 웃게 되는 통에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런데 이런 류의 영화들을 보면서 만약 집권 세력이 교체라도 되면 저들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 쓸데 없는 걱정을 말끔하게 씻어줄 새로운 형태의 비밀 정보조직이 만들어졌으니 그 이름도 거창한 킹스맨이다.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모든 정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정의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비밀 조직이다. 그런데 그곳에도 고민이 있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듯 요원들이 나이가 들고 또 현장에서 죽을 수도 있기에 늘 충원의 요구가 있다. 새로운 피를 훈련시키고 그들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외부로의 신분 노출금지는 물론이고 가족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할텐데 요즘 세상에 목숨 걸고 조직을 위해, 아니 세계 평화를 위해 나설 젊은이가 과연 있기나 한 걸까

 

 

기우였다. 한국도 그렇지만 영국이나 서방국가도 비슷하게 젊은이들의 취업문제는 공통된 사회문제인 모양이다. 작전 수행도중 비명횡사한 아버지 대신 요원이 되고자 나선 젊은이, 취업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어 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 눈 앞에서 훈련을 받던 동료가 죽어나가고 키우던 개를 총으로 쏴 죽여야 하는 살벌한 트레이닝을 견디고 나면 그제서야 정규직(?)이 되나 싶었는데 웬걸, 그들 앞에 던져진 미션이란 건 전설의 007 이나, 제이슨 본이 와도 힘들 것 같다. 그런데도 하란다.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이 영화는 정통파 첩보 액션 물이라기 보다  007 시리즈 못지 않은 새로운 신무기들이 등장하고 전체적으로 판세를 키워 보는 재미를 늘려 놓았다. 더불어 중간중간에 끼워 놓은 촌철살인의 유머도 웃음을 준다. 대신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게 만들어 서로가 서로와 싸우게 만든다는 기가 막히는 설정의 악역 놀이가 자리하고 있지만 그들의 최후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단하는 건 어렵지 않다. 대신 그들과 맞붙는 신참 요원들과 그들을 이끌어주는 고참 요원들 간의 호흡, 그리고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신종 무기들의 쓰임새에 주목하다 보니 시간이 잘도 흐른다 

 

 

이번엔 악역의 놀음에 주목해 보자. 행색을 보아하는 그는 영국보다는 미국 물을 먹은 스타일이다. 나이에 안 맞는 힙합 패션에 그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내용이라는 것도 돈이 되는 것과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의 수완이 독특하다. 세상의 모든 통신 수단, 휴대폰, 인터넷을 왜 돈 내고 쓰냐는 거다. 자기네가 공짜로 나눠 주는 유심칩만 갈면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라도 공짜로 쓸 수 있다니 세상 사람들을 모두 대머리로 만들 공산인 모양인데, 그것보다도 훨씬 자극적인 후유증이 전개된다. 이들을 막아내야 하는 게 요원들의 임무라면, 과연 색출하고 죽이는 것만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짜 심리와 내재된 폭력성도 제어할 수 있는 걸까

 

 

가볍게 즐길법한 팝콘 무비 같지만 생각보다 훨씬 잔인한 면들이 있다. 총으로 쏴 죽이는 것보다 심각한 건 칼로 베는 것들이고 후반부에 폭죽처럼 터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동공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묘사하는 건 인간은 원래 좀 악한 면이 있음을 환기시켜 주려는 것인지, 기존에 나왔던 액션 영화와는 차별을 두기 위해선지는 모르겠다. 암튼 시끌벅적하고 난장판이 벌어지는 와중에 스타일리쉬한 영국 신사들의 액션을 구경하고 싶다면 이 영화에 대한 호응은 괜찮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8.3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태런 애거튼, 사무엘 L. 잭슨, 마크 해밀, 마크 스트롱
정보
스릴러 | 미국, 영국 | 128 분 | 201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