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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피터 어센딩 - [리뷰] 우주를 제 집 드나들 듯

효준선생 2015. 2. 8. 07:30

 

 

 

 

 

  어떤 영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거대한 담론, 현란함을 덧입히다. 

 

 

 

천자문에서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를 차지하는 한자는 바로 집 宇, 집 宙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宇宙)는 큰 집이라는 뜻에서 천체를 비롯한 세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아무래도 하늘에 대한 경외감과 호기심을 갖고 있었기에 우주에서 시작하는 모든 기이한 현상을 가지고 이 작은 집 지구의 만물을 재단하고 인간의 길흉을 점치기도 했다. 과학의 발전으로 지구는 어느새 그 어떤 행성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집으로 존재하지만 가끔은 이 곳이 아닌 다른 집에선 어떤 일이 있는 것 아닌지 궁금증을 품기도 했다. 달을 비롯해 머나먼 우주 저 끝을 향해 우주선을 날려보내는 것도 인류가 가진 끝없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책이었다.

 

 

이번엔 좀 미시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지구엔 인간 외에도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력 유지를 위해 혹은 안위를 위해 그것들을 수렵하거나 길러 섭취해 왔고 위협적인 것들은 서슴지 않고 제거하기도 했다. 무기를 갖게 된 만물의 영장이 한 도륙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당하는 입장의 그것들은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그걸 자연의 섭리라고 받아들일까 그들의 입장이 될 수 없으니 알 길은 없다. 만약 이 우주를 통치하는 뭔가가 있고 인간이 죽고 태어나는 이치가 그들의 조율에 따른 것이라면…. 이런 상상은 생각보다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이다. 영화 주피터 어센딩을 보면서 놀랐던 이유다.

 

 

우주를 통치하는 가문이 있고 그들의 외양인 인간과 같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공간 역시 지구의 어느 한 곳을 확대하거나 조금 변형해 놓은 수준이다. 그런데 그들은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을 관리하고 있고 인간들은 그저 그들을 위해 영양 보충을 위한 먹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하며 살고 있다. 그저 먼 하늘에 빛을 내고 있고 별 자리를 보며 마치 커다란 발견이라도 한 듯 흥을 내는 수준이다. 이 영화는 주피터라는 이름을 가진 미모의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녀가 우주를 통치하는 가문의 큰 어른의 환생이라는 과장된 설정과 그녀를 데려와 권력을 탐하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거대 담론의 한 쪽에는 여전히 그래도 지구는 살기에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 그 오락가락 하는 워쇼스키 남매의 철학이 섬광과 함께 빛을 분사하고 있다.

 

 

서양 배우들과 기존의 공상과학 영화들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볼거리들이 대부분이지만 기본 철학은 동양사상이라 할 수 있는 모성을 중심으로 한 윤회, 그리고 권력욕과 자본주의의 극단에 사로 잡혀 있는 상류계층에 대한 일갈이 숨어져 있다. 숨어져 있다고 했지만 후반부 반복되는 우주에서의 싸움으로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을 뿐 식상할 정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우선 그 부분을 언급해보자.

 

 

주피터라는 괴이한 이름은 역시 과학자인 아버지의 의견에 따른 것이고 난데없는 강도에 의해 피살된 뒤 주피터는 일가 친척들은 불법 이민자 신세를 감수하고 미국으로 건너 온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부잣집 청소, 특히 변기 청소를 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건 의미가 있다. 거기에 모성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난자 적출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겁 없이 받아들인 그녀의 모습이 다소 뜬금없이 등장한 근육질의 수호천사에 의해 전혀 다른 세상으로 옮겨지는 것도 그녀의 삶이 평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로 이동한 그들에게 설정된 가치관은 윤회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주인들, 그들에게도 그들을 낳아준 엄마가 있을 테고 그 엄마의 현신이 바로 지구에서 태어난 주피터라는 여성이라는 설정인데 세 남매가 그녀를 향해 전하는 이야기들은 바로 지금 물질 만능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지구의 부자들을 향한 비겁한 변명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독차지 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하고 심지어 자신의 엄마의 현신이라는 주피터를 죽이려는 시도까지 과연 부자들은 하나를 얻으면 다시 하나를 더 얻고 싶어 한다는 말을 확인시켜주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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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우주에서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지켜 보다 보면 지칠 법도 하다. 차라리 저 하늘 위에서 벌어지는 이런 변고에 대해 알 길 없는 지구인들이 오히려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 옛날 사람들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은 하늘 님이 노해서 그런 거라 하지만 과연 이 지구의 여왕으로 이 땅에 재림하실 그녀를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영접하는 것이 맞을까 영화가 제 아무리 상상력의 총집합체라고는 하지만 워쇼스키 감독이 풀어 놓은 이 거대 론을 한 번 봐서는 잘 이해못할 수도 있겠다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주피터 어센딩 (2015)

Jupiter Ascending 
7
감독
라나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출연
밀라 쿠니스, 채닝 테이텀, 숀 빈, 테리 길리엄, 에디 레드메인
정보
SF | 미국 | 127 분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