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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 : Dog Eat Dog - [리뷰] 먹히지 않으려면 발버둥이라도 쳐야

효준선생 2015. 2. 7. 07:30

 

 

 

 

 

 

어떤 영화? 필리핀 한인 납치 사건을 모티프로 인간관계에 대해 에너제틱하게 묘사하다 

 

 

 

납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대개가 수세에 몰렸던 피해자나 그의 가족, 지인들에 의해 가해자가 응징을 당함으로써 쾌감을 선사해왔다. 워낙 소재가 제한적이면서도 강렬한 탓에 거기에 상응하는 카타르시스라는 게 선택의 폭을 좁혔던 것이다. 그런데 영화 개 dog eat dog 는 그런 선입견을 지워버리고 하고 싶은, 그리고 싶은 것으로 채워 놓는다. 당연히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살벌하고 강렬하다.

 

 

이 영화가 실제 있었던 일을 차용하고 있다.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엊그제도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현재 필리핀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의 납치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들은 바 있기에 그 핍진함이 배가되었다. 영화 대사에도 나오지만 왜 외국에서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납치가 된다는 겁니까 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들이 현실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 영화는 이렇게 필리핀과 터키에서 벌어진 납치, 그리고 살인에 이르는 과정을 짚으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과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가득 차 있어 숨쉬기 조차 버겁다.

 

 

우선 에너지가 충만하다. 뛰어다니고 자동차가 좀 부셔져야 액션 영화는 아니다. 마치 스나이퍼 처럼 천천히 다가가 목을 조르듯 영화의 분위기는 그렇게 흐른다. 그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배우들의 공이다. 그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주어진 대사를 여러 차례 곱씹어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 상대방을 향해 모질다는 표현이 적확하게 꽂아 넣는다. 연기임에도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가해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4명이다. 한 사람은 현지 감옥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처리되지만 나머지 두 명은 한국에서, 다른 한 명은 터키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도모한다. 그리고 그들 서로 간에도 매끄럽지 않은 관계의 버석거림이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영화는 가해자의 영화라 할 정도로 그들의 비중이 상당한데 그 만큼 그들의 뿜어내는 연기들이 압도적이다. 영화 강남 1970에서 김래원의 오른팔로 나왔던 배우 곽민호와 영화 포스터에서 강렬한 포스를 내뿜는 배우 김선빈은 실제 스크린 밖에서 만나면 주춤거리게 될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피해자 가족을 상대로 농을 쳐가며 돈을 뜯어내는 약수터 장면은 최고였다.

 

 

반대로 피해자임에도 여전히 뭔가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세 사람의 힘든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그들은 마치 지뢰를 밟고도 차마 발을 떼지 못하는 곤혹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관객들은 그들에게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대로 이 영화는 복수극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있지 않은 일이다. 벗어나고 싶어할수록 깊은 늪으로 빠지는 상황, 혼자서는 해결은커녕 비껴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그들의 입장이 보는 내내 힘겨웠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에게 개고기를 던져주면 그게 개고기인줄도 모르고 먹게 된다. 당하지 않으려면 기필코 막을 수 밖에 없다. 그게 미친 개라고 푸념할 틈도 없다. 개를 사람으로 치환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고 거친 정글 같은 곳인지, 살벌함이 가득 찬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개: dog eat dog (2015)

Dog Eat Dog 
10
감독
황욱, 박민우
출연
김선빈, 곽민호, 정준교, 이하민, 박형준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 105 분 | 2015-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