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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보다 해몽 - [리뷰] 어제 꾼 꿈은 누군가의 현실이 되다

효준선생 2015. 2. 4. 07:30

 

 

 

 

  어떤 영화?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는 전제를 다각도로 확인하는 과정, 단출하고도 매력적이다 

 

 

 

은 내게 숙면을 방해하는 일상의 인자가 되고 있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꿈을 많이 꾸는 건 키가 크기 위해서라고도 하지만 이미 성장을 멈춘 중년의 남자에게 원치 않는 꿈이 거의 매일 같이 연속되는 건 보낸 하루가 거칠었다거나 혹은 숙면을 도와줄 침구 류가 마땅하지 않아서라거나 심지어 간이 부어서 그렇다는 말까지 들었다. 무엇이든 좋으니 잘 때만큼은 제발 꿈 좀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그 좋다고는 용꿈, 돼지꿈 그리고 똥꿈도 아니다. 뒤틀린 일상과 알 듯 모를 듯한 누군가들의 불규칙한 도래와 사라짐의 연속, 꾸고 있을 때는 훤히 내용을 알고 있다가 다른 꿈과 겹치며 사라지는 꿈들. 편치 않다.

 

                                

 

그런데 세상에 또 누군가는 나처럼 꿈자리가 뒤숭숭한 사람이 또 있는 모양이다. 이광국 감독의 신작, 영화 꿈보다 해몽에서 여주인공이 요즘 이런 꿈 시달림에 걸린 모양이다. 배우라는 딱지를 직업란에 붙이고 살지만 알아주는 이 별로 없다. 오늘도 관객이 찾지 않는 연극 무대 위에서 멍하니 있다가 속에서 열불나서 뛰쳐 나와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 보지만 오히려 꿈에 네가 나타났는데 상서롭지 못하다는 말을 전한다. 싱숭생숭할 뿐이다. 그리고 꿈 풀이를 좀 할 줄 안다는 자칭 형사가 불쑥 나타나 그녀에게서 꿈 이야기를 듣는다.

 

 

이광국 감독의 데뷔작 로맨스 조를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내러티브가 직선적이지 않겠구나 짐작을 할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내포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 한때 이광국 감독이 조감독로 일했던 홍상수 감독의 소위 필()과 조금 닮았다고 하지만 좀더 잘 짜여진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도 단선적이지 않다. 여배우가 풀어놓는 꿈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현실이 되거나 다시 그 사람의 꿈으로 이어지고 꿈에서 깨었다고 해서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맨 처음 스타트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여배우와 형사와의 만남 자체도 보기에 따라서는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구성이 상당히 복잡한 것 같지만 유사하게 반복되는 시퀀스들을 쫒다 보면 많지 않은 인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로 수렴된다. 그건 바로 꿈이다. 외부의 힘에 의해 꿔지는 피동적인 꿈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시도하고 하는 바로 그 꿈 말이다. 등장인물들에게 각자의 꿈(바람)이 있다. 여배우는 자신이 하는 연극도 잘되었으면 좋겠고 전에 사귀던 남자와 다시 잘되었으면 바라기도 한다. 형사는 아픈 몸으로 역시 꿈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여배우의 전 남친은 다시 예전처럼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얼핏봐도 황당무계한 꿈은 아니다. 그럼에도 잘 이뤄지지 않음에 인간들은 늘 번민하고 고뇌한다. 우연을 가장해 이뤄지길 바라기도 하고 혹은 일부러 외면해 버리기도 한다. 꿈을 빙자해 그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거나 혹은 몸을 사리기도 한다. 꿈이 우리 스스로를 통제하는 건 인간이 기본적으로 나약한 이유도 있지만 그렇기에 인간이라는 생각도 한다. 다들 제가 바라는 대로 다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다음의 꿈은 아예 있을 리가 없지 않겠나.

 

 

오늘 밤도 어쩌면 꿈을 꾸다가 뒤척이며 숙면을 이루지 못할 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꿈을 복잡다단하게 꾸냐고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하게 될 것 같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 모양이다. 늘 감독들이 펼쳐 보이는 상상력 그 이상을 보게 됨으로써 뇌가 부어서 그런거라고…. 내일은 좀 상서로운 꿈이라도 꾸길 바라며.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꿈보다 해몽 (2015)

A Matter of Interpretation 
8.4
감독
이광국
출연
신동미, 김강현, 유준상, 서영화, 김태우
정보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98 분 | 201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