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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망원동 인공위성 - [리뷰] 별이 되고픈 사나이

효준선생 2015. 2. 1. 07:30

 

 

 

 

  어떤 영화? 죽어도 하고 싶은 일은 해보는 남자의 이야기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에 정말 독특한 캐릭터의 게스트가 나온 걸 기억한다. 일반인 모드로 사이드에 걸터앉아 있던 그. 송호준이라 했다. 패널들은 그에게 누구냐고 묻기를 반복했지만 어물쩡 넘어가던 그 어색했던 장면들. 그가 주인공으로 나온 다큐멘터리 한 편이 소개된다. 그가 살고 있고 연구하는 공간을 따서 이름 지은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 그때도 그는 세계 최초로 개인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거라 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는 정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걸까 아니면 한때 치기 어린 해프닝으로 끝난 것일까

 

 

그 대답대신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주에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이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것처럼 손쉬운 일인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의심을 품다 보면 그의 행적이 마치 사기꾼의 그것처럼 보일 법도 했다. 영화에서 그를 박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회로를 직접 조립하는 걸 봐서는 공학도 인 것 같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이 영화는 송호준이라는 인물을 무한히 긍정적으로 보는 대신 그의 프로젝트 외의 것을 보여주는데 인색하다. 다시 말해 그의 사적인 이야기는 별로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다. 망원동에서 티셔츠를 팔고, 외국 관계자들과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에 대해 전화로 협의를 하고 남는 시간에 1kg 남짓되는 큐빅 모양의 인공위성을 만지막 거리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물론 난관은 많았다. 법적인 문제들, 과정상의 충돌, 실제 인공위성을 제작하면서 시간부족으로 인한 딜레마, 그리고 결국은 돌덩이라도 실어 보내겠다는 그의 의지가 어떤 결말을 가져 왔는지에 대한 기록들. 그런데 유심히 지켜보니 유난히 인복은 좋은 편이었다. 항상 곁에 있어준 기술적 컴패니언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조립 과정을 도와주던 공구상 아저씨들. 만약 이들이 아니었다면 그는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보며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따져보았다. 인공위성을 띄우는데 성공을 했다고 해서 그걸로 얻는 게 있나? 그리고 인공위성을 띄우기 위해서는 일단 우주로 가는 로켓 발사가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혼자 완성품을 만들었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남들이 불가능 하다고 지적할 때 오히려 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그의 의지는 가상하지만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가는 그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생에선 잘 포기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과한 면이 하나 있었다.

 

 

그에겐 인공위성은 목표는 될 지 모르지만 '최후의' 라는 형용사는 붙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이 프로젝트의 끝을 예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성공과 실패의 양단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하나의 일을 하면서 겪었던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인터넷으로 그의 최근 약력을 훑어보니 여러 가지 퍼포먼스 이벤트를 했던 모양이다. 영화에서도 그는 자신의 직업을 과학자라고 한 적이 없다. 예술가 혹은 작가라고 했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못하고 망설이거나 포기하고 만다. 남들의 시선이 무서워, 혹은 실패했을시 찾아올 경제적, 혹은 법적 구속이 두려워서 일 수도 있다. 그에겐 누군가 뒤를 봐줄 후견인이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왜 반복적인 장면을 쉼 없이 보여주는 걸까 일반인들은 봐도 잘 알 수 없는 용어들의 나열에 지쳐갈 때쯤, 지금 보고 있는 이 영화도 결국은 그가 지향해가는 일종의 퍼포먼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팔아서 얼마나 수익이 남는다고 위성을 띄울 것이며, 위성이 궤도에 올라간다고 해서 기계음 말고 무슨 정보가 얻어질 것인지. 그러나 그에겐 이런 과정이 소중했을 것이다. 우리는 늘 얻어낸 점수가 몇 점이냐? 성공이냐 실패냐만 따지며 결과 중심적 사고에 익숙해 있지만 그처럼 과정을 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보니 어느새 이렇게 영화 한 편이 완성되고 극장 개봉까지 현실화 된 것이다. 멋진 인생이 아닌가   비록 저 하늘에 별을 띄우지 못했어도 스스로가 빛나는 별이 되면 그 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망원동 인공위성 (2015)

The Basement Satellite 
10
감독
김형주
출연
송호준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8 분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