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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쎄시봉 - [리뷰] 복고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효준선생 2015. 2. 2. 07:30

 

 

 

 

 

 어떤 영화?  통기타와 청바지 세대의 사랑을 주크박스로 소환하다

 

 

 

무교동 낙지 골목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40여년 전 그곳엔 젊은이들의 해방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쎄시봉이라 하는 음악 감상실이다. 현재 40대 이상 중년들에겐 그래도 그 이름이 낯설지 않은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그리고 조영남과 김세환등 포크 송 가수들의 아지트였던 곳이다. 그랬던 그곳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 이들이 나와 지난 화양연화의 시절을 회고하며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했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이제 곧 동명의 영화 쎄시봉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청바지와 통기타, 그리고 장발은 엄혹하기만 했던 70년대 젊은이들의 저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전 방위적으로 사상과 행동의 자유를 억압하고 오로지 단 한 사람에게만 권력이 집중되던 시절, 소위 지식청년들이었던 당시 대학생들에게 소리높여 노래라도 부르지 않으면 터질 것 같은 억눌림이 있었다. 노래를 하지 못하는 청춘은 노래를 잘하는 통기타 가수들에게 빠져들었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엔 현실을 잊고 싶은 마취제가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최근에 한국 영화계를 하나로 이끄는 블랙홀이 있다. 바로 과거에 대한 회고다. 복고는 언제든지 유행처럼 등장했지만 최근의 사정은 좀 남다르다미래는 상상할 겨를도 없고 참신하지도 않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각박한 현실을 그려내 봐야 상처만 덧내는 것 같아서인지 호응도 이끌어 내기 힘들다. 차라리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낭만과 사랑이 존재했던 그 옛날 청춘시절로 돌아가는 영화를 선호하게 된 사연이다. 그 중에서 영화 쎄시봉은 노래와 사랑과 그리고 연민이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모양이다.

 

 

젊음이 없이 중년이 있을 수 없듯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실재하는 인물들이며 그러하기에 에피소드를 꾸미는데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70년대 중반 한국 연예계를 초토화 시켰던 대마초 사건을 언급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지난 날의 감추고 싶었던 일들을 이제와 다시 끄집어 내는 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쎄시봉은 당시 노래 좀 한다는 대학생들의 경연장이자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다. 그런 그곳에 하나 둘씩 무림의 강호들이 모여들고 그들을 추려 결성된 것이 트리오 쎄시봉이다. 여기에서부터 이 영화는 약간의 설정을 가미한다. 원래는 윤형주, 송창식으로 된 듀엣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에선 오근태라는 가공의 인물을 집어 넣어 트리오로 준비했다가 나중에 어떤 일로 듀엣으로 재편되는 이야기로 구성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한 여자의 등장으로 이들간의 애증의 관계가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진실이 밝혀지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런 탓에 90분 정도는 20대의 그들이, 그리고 나머지 30여분은 중년이 된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후반부에서의 결말부분이 못지 않게 감성적이다. 대개 회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후반부에 힘이 부치게 마련인데 이 영화에선 그런 부분을 없애기 위한 장치를 하나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마초 사건이다. 사실 70년대 초반 미군들을 통해 유입된 대마초에 대해 적지 않은 연예인들은 담배의 일종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분명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묘사된다. 생각보다 자주 흡연 장면이 나오는 이유도 이걸 부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중 민자영(김희애 분)의 대사에서처럼 당시 정부가 수많은 연예인들을 대마초 사법으로 잡아 간 것은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다는 게 알려진 부분이다.

 

 

어쩌면 당시 위정자들 눈에 마치 히피처럼 옷을 입고 기타를 둘러 맨 채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는 젊은이들이 무척이나 아니꼽게 보이지 않았을까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대마초를 피운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저인망식으로 잡혀 들어간 연예인들이 부지기수였고 그 중엔 사실 여부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공범으로 다루어진 케이스도 있었다. 이 영화에서 뜨거운 감자 같은 이 부분이 제법 비중있게 다뤄진 데는 첫사랑의 안타까움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지금처럼 많은 사회구성원들에 의해 대마초는 불법 마약이라는 인식이 심어진 상태에서 이런 시도가 좀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은 오근태와 민자영이라는 가공의 인물들의 사랑과 이별에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첫사랑이나 다름 없는 그들의 알콩달콩하는 모습과 불안하기만 한 연인의 모습이 교차하며 지금의 젊은이들과 하등 다름없음을 확인시켜준다. 남녀의 사랑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를 수 있겠는가. 화살은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결코 되돌아 오지 않는다. 지난 세월의 알싸함만으로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오죽 좋겠는가. 설사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 그녀가 문득 떠올라 씩 웃을 수 있었다면 이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때는 그러고 살았고 지금은 그때를 추억할 수 있음에 고마울 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쎄시봉 (2015)

C'est Si Bon 
1.6
감독
김현석
출연
김윤석, 정우, 김희애, 한효주, 장현성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22 분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