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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이퀄라이저 - [리뷰] 무엇을 위한 정의인가

효준선생 2015. 1. 30. 07:30

 

 

 

 

  어떤 영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일당백 액션극 

 

 

 

복수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다. 관객들이 복수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자신이나 혹은 주변 인물들이 당한 것을 되갚아 줄 때의 통쾌함 등으로 대리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제 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실정법에 걸리기 때문에 움츠려 들기 십상이지만 영화에서 주인공이 총과 칼, 혹은 주먹질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며 환호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심리를 살살 자극해 주기 때문이다.

 

 

복수극은 누굴 위해 라는 설정을 바꿔가며 변주해왔다. 원빈, 김새론 주연의 영화 아저씨의 경우 이웃집 소녀의 납치를 둘러싼 이웃집 아저씨의 복수를, 테이큰은 아내와 딸의 납치 때문에, 존윅은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강아지 때문에 그렇게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뛰어 다녔다. 그런데 영화 더 이퀄라이저는 좀더 불분명한 대상을 설정하고 복수를 펼치는 남자의 이야기다. 동네 식당에서 자주 마주치는 어린 러시안 창부 때문이라는 설정인데, 그 두 사람이 어떤 심정적 교류를 나눌 만한 시간도 많지 않았지만 남자는 어린 여자를 통해 마치 자신의 아내를 떠올린 것인지, 혹은 불의를 못참는 원래 성격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극이 진행되면서 확실해진 것은 그가 아메리카의 평범한 아저씨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왕년에 모처에서 몸 좀 쓰던 사람이었고 과거를 모두 지우고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난 인물이라는 소개다. 자기 입으로는 나쁜 짓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그가 도움을 청한 면면들을 보면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어찌되었든 할배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건만 그는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덴젤 워싱턴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상 마구잡이로 때려부수는 막가파 스타일은 아니고 때로는 맥가이버 처럼, 때로는 황비홍처럼 적재적소에서 써야할 장점을 잘 발휘한다. 특히 혼자서 다수를 상대할 때 특기가 발휘된다.

 

 

보스턴의 어느 작고 허름한 아파트, 마트에서 일을 하고 돌아온 그는 죽은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100권의 책을 독파하는 게 목표지만 불면증 때문에 밤엔 집 근처 식당에서 준비해간 티백 차를 마신다. 어린 창부는 그곳에서 만난 셈이다. 마치 수도승처럼 사는 초로의 남자와 아직 스물도 안되 보이는 어린 창부와의 인연은 어디까지 일까 그러나 영화 중반부엔 거의 남자 혼자 일당백의 복수극을 선보이고 여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흔하게 잡혀서 인질이 되고 그 인질을 풀어내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드는 대신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들겠다는 심산으로 조여오는 러시아 발 킬러와의 한 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과연 인연도 많지 않은 여자의 복수를 위한 남자의 행위만을 그린 걸까 뒤로 갈수록 그래 보이지 않는다. 러시안 조직과 결탁된 미국 경찰들의 추악한 커넥션도 까발려 지고 미국에 와 사는 러시안들의 이중적 생활 모습도 고발된다. 남자들은 무력으로 여자들을 고용해 매춘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무기거래, 밀수까지 해대는 그들을 향해 강골의 미국 남자를 등장시켜 '우리는 예전부터 불의는 못 참는 성격'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걸 미국식 민족주의의 한 갈래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던 건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을 제외한 두 나라를 보는 시선이 좀 다르게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직장 후배면서 식당을 하는 엄마와 열심히 살려고 애를 쓰는 멕시칸과 반대로 미국에 들어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말썽을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힘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러시안의 선명한 대비가, 그들을 향한 시선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나 싶었다. 결국 미국적 질서에 적절하게 동참하면 외국인이라도 선의를, 그 반대라면 끔직한 수준의 피의 처결만이 기다린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제목인 더 이퀄라이저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 무기, 흉기라는 속어적 의미도 있고 평형을 이루는 사람, 혹은 물건이라는 의미도 있다. 둘 다 의미심장하지만 인간병기나 다름없이 행동하는 그 앞에서 몸을 사려야 목숨이라도 붙어있겠구나 싶어 조금 무섭게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이퀄라이저 (2015)

The Equalizer 
7.7
감독
안톤 후쿠아
출연
덴젤 워싱턴,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마튼 초카스, 데이빗 하버, 헤일리 베넷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32 분 |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