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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인트 빈센트 - [리뷰] 조금은 외로운 사람들끼리

효준선생 2015. 1. 28. 09:56

 

 

 

 

어떤 영화? 세대, 국적, 성별, 민족, 종교를 따지 않고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다 

 

 

 

존경하는 위인이라는 단어가 학창시절 좀 지겹게 느껴진 적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누굴 존경하냐고 물으면 별 고민 없이 옆 자리 녀석이 대답한 그 사람 이름을 대거나 그것도 아니면 만인이 부담 없어 하는 이순신 장군이나 백범 김구 선생을 대곤 했다. 그마저도 어색하면 부모님이라고 대답하고, 아무튼 그땐 존경할 만한 사람이 딱히 머리 속에 없었다 

 

 

여기 외로운 사람들이 모두 모인 공간이 있다. 뉴욕 브루클린, 핵심 번화가를 살짝 벗어나 부도심 정도가 되는 그곳에서 서식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하나 같이 기댈만한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다. 겨우 어깨 하나를 기댈 공간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툭 하고 자리를 벗어나면 그대로 넘어질 것 같은 위기감. 별 일없을 것 같은 그곳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이더라.

 

 

영화 세인트 빈센트는 60대 할아버지와 10살 먹은 유대인 꼬마 녀석의 두 세대를 건너 뛴 우정이 가슴 벅차게 다가오는 휴머니즘 코믹 드라마다. 학교 선생님은 수업 시간 내내 존경하는 성인을 찾아보라고 하고 아이들은 심드렁해 하면서 누굴 골라볼까 고심한다. 그렇게 찾아낸 성인이라는 사람은 바로 우리 옆집 할아버지, 과연 그는 어떤 면에서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의 처음 만남은 순탄치 않았다. 이삿짐 센터 직원 실수로 할아버지 차량에 흠집을 냈고 예비 싱글맘 엄마가 바빠 우연히 할아버지 집에서 기다리게 된 시간들. 어색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걸 풀어준 건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는 과정을 통해서다.

 

 

영화는 60대 할아버지가 흔히 만날 수 있는 고민거리와 10살 꼬마가 부딪칠 수 있는 문제를 골고루 포진시켰다.  예를 들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수발 드는 할아버지 옆에서 조수 역할 하기와 왕따 당한 아이에게 편들어 주기. 이 정도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친구가 되는 데 어느 정도 조건은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아직 천진난만한 아이와 달리 할아버지는 까칠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동네 사람들이 입을 삐죽 내밀기 일쑤지만 그렇다고 악감정을 가진 건 아니었다.

 

 

두 사람 말고 외로운 사람들은 또 있다. 러시아 출신의 밤의 여인과 남편과의 이혼 소송과 혼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야근을 불사하며 생활 전선에 뛰어든 엄마. 그 두 사람의 일상도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 영화엔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사람을 찾는 사람 일색인데 그들의 조합을 한데 접합시켜 줄 장치들이 등장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이들 간의 소원한 관계를 밀접하게 해주고 마치 한국 시골 마을의 정서처럼 푸근하게 다가온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며 따뜻함을 느끼는 건 아이가 할아버지를 성인으로 선정하는 순간이겠짐만 그것들이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감정을 단단하게 만들었기에 가능하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세대 갈등이 격화되는 요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갈등이라는 건 혹시 누군가 이득을 보기 위해 조장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들에게 무슨 정치나 종교, 민족적 갈등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오로지 살 날이 많지 않은 할아버지와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에게 공통 분모란 결국 아주 평범한 삶의 방식 그것 하나였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걸 끝내 찾아낸 것이다. 비록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말 많은 이웃 사촌이 피를 나눈 가족 이상으로 다정한 관계가 되어가는 모습이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반면교사가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세인트 빈센트 (2015)

St. Vincent 
9.8
감독
테오도어 멜피
출연
빌 머레이, 나오미 왓츠, 멜리사 맥카티, 테렌스 하워드, 제이든 리버허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2 분 | 2015-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