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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스캐처 - [리뷰] 자존심에 금가는 소리가 들렸다

효준선생 2015. 1. 27. 09:07

 

 

 

 

  어떤 영화? 폭풍전야의 긴장감 때문에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스티브 카렐에게 영광을... 

 

 

 

 

1988에 열린 서울 올림픽은 한국인에겐 무한한 자긍심을 준 국제 대회지만 세계 각지의 운동 선수들에겐 자신이 4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마당이었다. 금메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당시만 해도 금메달 리스트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참으로 대단했다. 그런데 직전 대회였던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레슬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어느 레슬링 선수를 주목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무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의 끝이 영화 한 편에 고스란히 담겼다. 바로 영화 폭스캐처다.

 

             

 

화학재벌인 듀폰의 후계자 존 듀폰, 그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외롭게 성장했으며 중년이 된 지금도 자존감이 세고 명예욕에 사로 잡힌 인물이다. 말끝마다 애국심을 강조하며 자신이 관리하는 레슬링 팀이 국가대표를 상징하듯 언급한다. 물론 가진 게 돈인지라 그는 유망주 선수들을 뽑아 그들에게 상당한 보수를 제공하고 의식주를 책임진다. 요즘엔 재벌 기업들이 자사 홍보를 위해 스포츠 단을 운영하지만 그에게 회사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그에게 레슬링 팀과 선수들은 그와 소원했던 모친이 좋은 말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였다. 이처럼 강렬한 소유욕에 사로 잡힌 그는 당장 내년에 있을 올림픽 출전에 목표를 둔 선수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코치 노릇을 한다. 영화에서 언급하는 존의 양력을 보면 그가 레슬링 선수출신인지, 정식 코치 라이선스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시니어 대회에 나간 걸로 보면 유난히 레슬링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대부분은 레슬링 선수들과 시합장면들이 포커싱 되지만 이 영화는 본격적인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형제 레슬러와 그들을 바라보는 한 재벌 후계자의 병적이라 할 수 있는 심리극에 가깝다. 이 영화는 실화다. 1996년 존 듀폰이 레슬링팀 코치인 데이브 슐츠를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모티프가 된다. 영화 말미에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그것도 무려 3발을 쏘고 등 뒤에다 총질을 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왜 그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언급이나 회고는 없다. 실제로 존은 그 사건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고 2010년 옥사했다. 하지만 영화를 침착하게 보고 나면 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게 이 영화의 연출을 칭찬하고 싶은 가장 큰 요소다.

 

 

대개의 영화들이 실화를 다룸에 있어 소홀하기 쉬운 건 핵심 사건으로 가는 길목에서 단서를 넣을 지 아니면 복선을 깔아 둘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잔 기술보다 존 듀폰의 얼굴 표정과 흔들리기 일쑤였던 그의 몸동작 만으로도 유추가 가능하게 했다. 유난히 도드라지게 보이는 매부리코에 자신이 돈을 들여 키우는 레슬링 팀 선수들을 대할 때도 어딘지 모를 불안감이 엿보였다. 물론 결정적인 포인트는 데이브의 동생이자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유력했던 마크와의 심정적 갈등구조다. 자신의 멘토에서 출발해 자신을 망치고 만 존재라는 생각에 흔들리게 되는 두 사람의 관계. 어쩌면 단 한번도 타인에게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 없었을 재벌 집 아들에겐 충격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인 사건이 일어난 건 서울 올림픽이 끝나고도 무려 8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영화에서 언급하지 않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당시를 재현하는데 필요한 장치로 가득하다. 채도와 명도를 최대한 낮춘 조명과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을 최소화 시키고 자연 음을 살린 연출에 결코 들뜨지 않았던 배우들의 차분한 연기들이 막판 어느 시점에서 폭발할 지도 모르는 폭풍전야의 느낌을 갖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엇보다 레슬러로서의 외모로 확실하게 변모한 헐크마크 러팔로와 섹시 가이 채닝 테이텀, 그리고 이번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브 카렐의 칼 같은 연기들은 이 영화를 빛내는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 같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폭스캐처 (2015)

Foxcatcher 
8.4
감독
베넷 밀러
출연
채닝 테이텀, 스티브 카렐, 마크 러팔로, 안소니 마이클 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정보
미스터리 | 미국 | 134 분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