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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유기 : 모험의 시작 - [리뷰] 그들이 지금 인도로 가려고 한다

효준선생 2015. 1. 25. 07:30

 

 

 

 

 

어떤 영화? 손오공 위주의 서유기가 아닌 현장법사의 입장에 만든 주성치표 영화 

 

 

 

 

홍콩의 배우 겸 감독인 주성치는 독보적인 존재다. 다른 배우들은 뭔가 있어 보이는 연기를 하는 동안 그는 주로 망가지는 모습으로 대중의 웃음을 유발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희극지왕이라 부른다. 그 흔한 4대 천왕 소리 한 번 듣지 못했지만 꾸준한 활동으로 안티 팬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의 필모그래프를 살펴 보면 유독 원작이 있는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서유기와 관련된 것들이 보인다. 1994년 유진위 감독과 함께 제작에 나선 영화 선리기연, 월광보합에 이어 이번엔 영화 서유기 : 모험의 시작을 만들고 시리즈 영화로 계속 낼 작정인 모양이다.

 

 

중국 4대 기서 중의 하나인 서유기는 흔치 않게 소설 안에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원작 소설의 배경이 실존 인물이었던 당나라 현장의 대당서역기를 모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잘 알려진 바대로 삼장법사가 손오공과 사오정, 저팔계등을 데리고 갖가지 요괴들과 싸워 고투 끝에 천축국에 도착해 불경을 가지고 온다는 내용이다. 이번 영화에선 그 시작인 삼장법사의 정체와 순서대로 사오정, 저팔계, 손오공과 만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주성치의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다소 과한 컴퓨터 그래픽이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한국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니 그것도 한류인가 싶기도 하다. 사오정, 저팔계의 등장 부분에서 이런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좀 달라서 역시 허풍이 주는 웃음이 그의 영화의 가장 큰 특징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쉽게도 감독인 주성치는 영화엔 등장하지 않고 대신 서기가 현장법사가 왜 세속의 퇴마사를 그만두고 불교의 교리를 따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단서로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퇴마사로 나온 진현장이라는 인물이 반복적으로 외치던 사람의 마음에 진선미가 들어있으면 악한 짓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그런 이치는 불교보다는 도교에 더 가까운 것들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마지막에 부처의 상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대개는 토속신앙이나 도교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어쩌면 종교의 구분이 모호해진 중국에서의 일상화라고 보인다.

 

 

액션 부분에서도 웃음을 금치 못할 부분들이 있다. 도무지 일반적인 사람들로서는 대적하기 어려운 몸짓의 수중 요괴와 거대한 멧돼지의 모습들이 과연 사오정과 저팔계의 현신일까 싶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들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나중에서야 손오공과 함께 그 머나먼 길을 떠나게 되는 걸까 사실 불경을 가지고 온다고 해서 사람 마음이 갑자기 착해지거나 유순해지는 건 아니다. 지금도 그때 현장법사가 가져온 불경 일부가 중국 서안의 어느 탑 안에 안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이후 사람들은 인성을 회복했는가 말이다.

 

 

재미를 주기 위해 퇴마사가 들고 다니던 동요 300수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중국 영화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형편에 이미 중국에서 한참 전에 개봉했던 이 영화를 이제서야 개봉하는 건 아마 후속편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가 싶다. 중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고 하는데 같은 영화를 받아 들이는 인식의 차이는 한국과 중국 양국 영화 팬들에게는 쉽게 좁히기 힘든 무엇인가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감독인 주성치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서유기 : 모험의 시작 (2015)

Journey to the West: Conquering the Demons 
8.4
감독
주성치, 곽자건
출연
서기, 문장, 황보, 나지상, 주수나
정보
코미디, 판타지 | 중국 | 110 분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