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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리뷰] 소녀의 눈에 비친 거품 속의 일본

효준선생 2015. 1. 26. 07:30

 

 

 

 

  어떤 영화? 지브리 스튜디오 전성기 시절의 대표작,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보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처음 보았다. 하기사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러 다니지 않았을 때의 모든 영화는 내겐 처음이나 다름없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여러 영화 중에서도 유난히 마니아 층이 탄탄하다는 이 영화는 작년에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색감이나 줄거리들이 결코 15년 전 영화라고 믿기지 않는다. 디지털 보정이라는 기술이 더했다고 해도 원판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을 통해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왜 그런 결정을 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전에 시작하고 만 영화. 판타지 영화라고 하던데 이사를 가는 일가족의 모습이 등장한다. 잘못 알았나.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낯선 공간에 내동댕이쳐진 가족, 식탐에 빠져 돼지가 된 부모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홀로 버텨내야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그 당시 일본을 상징하는 메타포 가득 채운 채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곳은 참 이상한 곳이다. 중국식 사찰의 어두운 통로를 통과하자 드러난초원, 그리고 인적없는 거리에 조성된 맛집들, 그곳에서 사단이 난 부모를 뒤로 한 채 소녀는 낯선 이들과 만나고 바로 그곳이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유[] 라는 곳이다. 온천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자 그곳에서 사는 갖가지 요괴들에게 쉼을 제공하는 곳이다. 소녀 치히로가 왜 그곳에서 갑자기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녀가 만나는 대상들은 왜 한결같이 기괴하고 무엇보다 언제쯤 그곳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지 궁금해진다.

 

             

 

아빠의 말을 빌어 그곳은 일본 버블 이코노미 시절인 1990년대 우후죽순 세워진 테마파크로 보인다. 쇠락을 거듭한 그곳은 현재의 일본 상황이고 온천장은 온갖 자본주의의 폐해로 집약된 공간이다. 그곳의 지배자인 유바바는 권력의 최고 핵심이지만 탐욕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이고 가마 할아버지는 기계처럼 죽도록 일만 해왔던 바로 전()세대를 의미한다. 그곳 종업원들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움직임도 기계적이다. 물론 그곳을 찾아오는 요괴급 면면도 못지 않다.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는 것 같은 그들에게선 남들 것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 탓에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척을 하는 것이며 오물신이라 했던 건 물질 문명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의 집약체다. 가오나시는 글자 그대로 얼굴을 잃어 버린 자들로 현대인들의 우환을 묘사하고 있으며 사금은 얼마 되지도 않는 급료다. 이렇게 이 영화는 판타스틱한 가상의 공간에 갇혀 있는 한 소녀의 눈을 통해 오로지 돈벌이에만 치중하며 인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 일본에 대한 회고와 젊은 세대들을 향한 당부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만화 영화지만 워낙 비주얼을부터 시작해 은유적인 것들이 다수인지라 왜 저런 캐릭터가 존재한 것인지,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요괴나 괴수의 형상으로 오고가는 것인지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는 건 쉽지 않다. 그저 아름다운 그림으로 유명한 지브리 만화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치히로의 이름을 언급해보자 센과 치히로는 같은 사람의 이름이다. 그런데 千尋[치히로]이라는 한자 이름에서 尋을 빼버리니 센이라는 음독만 남는다. 유바바가 이렇게 멀쩡한 사람의 이름을 바꿔 버리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마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형상한 것으로 보인다. 여자가 결혼해 남편의 성을 따르는 일본의 문화같기도 하다. 아무튼 둔감한 상상력으로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던 이 영화의 기묘하고도 아찔한 판타지 여행은 황홀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15)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8.9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이라기 루미, 이리노 미유, 나츠키 마리, 나이토 타카시, 사와구치 야스코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어드벤처 | 일본 | 126 분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