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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아 낫 유 - [리뷰] 사는 법을 가르쳐 준 언니에게

효준선생 2015. 1. 23. 07:30

 

 

 

 

어떤 영화? 루게릭병에 걸린 여성와 그녀를 간호하는 또 다른 여성과의 교감 

 

 

 

하늘이 인간에게 던져준 수 만가지 질병 중에 루게릭 병만한 것이 없다는 말을 한다. 병명을 알게 된 후 죽음에 이르는 순간, 예전처럼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고 점점 자신을 옥죄어 오는 신체적 불편함은 이내 주변 사람들 마저 고통에 빠뜨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병들도 의학의 발전에 따라 호전의 기미를 찾을 법한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 병만큼은 그것도 아직까지는 기대난망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수의근의 위축으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과 의사표현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는 이 상황이 환자를 최악으로 몰아가지만 삶과 죽음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이 또한 절망 속에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의지다.

 

 

극적인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 탓인지 최근에 루게릭 환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드물지 않게 선을 보인다. 무엇보다 환자 역할을 해내야 하는 배우들의 고통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영화 유아 낫 유의 힐러리 스웽크 역시 메소드 연기에 가깝게 힘들어 보였다. 그녀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 중반 이 병에 걸려 몇 년 동안의 투병 생활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루게릭 환자로 나온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메인 테마가 아니다. 그보다는 20대 중반 여대생으로 간호를 위해 그녀를 위해 찾아왔다가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키는 벡(레베카)와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자인 케이트는 그녀가 가진 재능을 다 펼쳐 보이지도 못한 비운의 여성이다. 재주있는 피아니스트였던 그녀는 결혼까지 했지만 이내 인생의 모든 목표를 올 스톱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런 그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그때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게 옳은 건지 판단하지 못하던 벡은 그녀의 손과 발이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처럼 시간을 보낸다.

 

 

아픈 환자의 일상이라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에선 마음이 아팠고 혹시라도 두 사람이 엇나가는 바람에 혼자 있게 된 케이트가 잘못되기라도 하나 싶어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런 상황도 없지 않았다. 그 와중에 믿고 지켜봐주던 남편의 외도 사실에 그녀는 중대한 결심을 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그때까지 자신이 품고 있었던 삶의 모든 가치를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려고 애를 쓰려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가족도 아닌 벡이었다.

 

 

벡의 일상은 여느 또래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업소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학교 교수와 부정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래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벡 앞에 케이트가 해줄 수 있는 건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감화였다. 그 모습을 통해 지금 건강하게나마 살고 있음에 감사를 하게 되고 잘못 살고 있는 부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이 영화엔 등장인물이 많지 않다. 오랜만에 보는 여성 버디 무비인지라 대개의 이야기들은 케이트와 벡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남편과 가족들은 오히려 주변부에 머문다. 다시 말해 케이트는 자신이 품고 있었던 삶의 가치를 가족이 아닌 자신과 같은 길을 가야 하는 젊은 여성을 통해 전달하고 그걸로 자신이 이곳에 와서 살다 갔음을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환자가 생기며 서로 불편해 하고 나중엔 울고불고 하는 우리들의 정서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고 있는 걸까 한 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게 인생이라는데 조금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키워야 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케이트 처럼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아예 포기 같은 걸 미리 감안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케이트는 두 가지를 자주 언급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주는 사람을 만나고, 또 포기를 말라는 것이다. 쉬운 말인데 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다 끝나고 이 영화에서 벡으로 나온 배우 에미 로섬의 노래를 다 듣고서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지질 않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유아 낫 유 (2015)

You're Not You 
9.2
감독
조지 C. 울프
출연
에미 로섬, 힐러리 스웽크, 조쉬 더하멜, 알리 라터, 제이슨 리터
정보
드라마 | 미국 | 104 분 |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