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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버드 - [리뷰] 스타로부터 한 걸음 더 가까이

효준선생 2015. 1. 22. 07:30

 

 

 

 

어떤 영화? 일과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한 스타 여가수의 이야기  

 

 

 

연예인으로 산다는 건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하도 얘기들을 많이 해서 보지 않아도 그들의 이중 생활이 보이는 것 같다. 화려하게 꾸미고 무대 위에 나서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대신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 자연인과 연예인의 경계에서 극도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고 하는 그들. 개중엔 심인성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과 함께 아프면서까지 그런 생활을 해야 하는 건 타성인가 아니면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궁금해진다.

 

 

그 작은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영화 블랙버드, 한 흑인 여가수의 일상과 그녀를 둘러싼 일과 사랑을 그린 영화인데 그 안엔 자본주의의 농축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 매니지먼트의 일부분과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되묻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이 열연한 보디 가드의 외형을 따왔다. 스타 여가수와 그녀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경찰, 하지만 이들의 운명 같은 만남의 시작은 결정적인 한 장면 때문이다. 그녀는 왜 호텔 발코니에서 떨어질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미수에 그친 뒤 그녀의 마음을 어딜 향하고 있었던 걸까 노니라는 이름만으로도 대중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임에도 벌써 지친 걸까 만약 그녀가 그때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했다면 누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 줄 수 있을까 인기는 포말같은 것이다. 쉽게 부풀었다가 금세 꺼지고 마는, 그걸 알았다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보이지만 영화에서 노니의 결정은 그런 것만은 아닌 듯싶었다.

 

 

영화의 도입부는 아직 어린 노니를 묘사한다. 블랙버드라는 노래를 무반주로 불러 심사위원의 귀를 사로 잡았지만 1등이 아닌 2등에 그치자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다그친다. 1등이 아니라면 의미없는 삶. 하지만 연예계는 녹록치 않은 곳이다. 그녀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과정은 많이 생략되어 있지만 요즘 대세인 피처링을 통한 콜라보레이션이 그녀를 주목받는 팝가수로 신분 상승시킨 셈이다. 그런데 그녀가 팝가수로 어울릴까 다소 외설스러운 무대연출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남자 가수와의 염문설, 그러는 사이 자신이 누군지 의문이 든 노니에게 그 해결방법을 알려줄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행운아가 아닌가.

 

 

세상엔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소위 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후천적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스타가 되는 케이스는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다 아는 이야기다. 노니 역시 이 과정을 거쳤을 테고 그러기 위해 그녀의 재주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검증도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한가지 명제가 존재한다. 그녀는 누구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영화에서 흘러나온 블랙버드는 좋은 노래로 무반주로 그녀가 불렀을 때 감흥이 돋지만 그녀는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의 노래, 아니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일상을 접고 홀연 멕시코로 넘어가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모습의 참 보기 좋았다. 보라색 염색 가발도 없고 화장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 종일 소요유할 수 있는 행복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우들이나 가수들은 비활동기가 되면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들 한다. 자유롭지 못한 지금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그들에게 노래는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자문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지금 난 누굴 위해 노래를 부르고 그러는 난 누구인가 

 

 

이 영화는 사랑을 주요 소재로 하지만 노래들이 상당히 귀에 착착 감긴다. 흑인들이라고 모두 노래를 잘한다는 건 아니지만 한동안 입에 오르내릴 필모그래프를 쌓고 있는 주연 여배우인 구구 바샤로의 노래를 비롯해 특히 엔딩 곡은 무척 인상적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블랙버드 (2015)

Beyond the Lights 
10
감독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출연
구구 바샤-로, 네이트 파커, 미니 드라이버, 대니 글로버, 애이샤 힌즈
정보
드라마 | 미국 | 116 분 |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