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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엔드 오브 디 어스 - [리뷰] 내재한 악마성을 카메라 앞에 끄집어 내다

효준선생 2015. 1. 21. 07:30

 

 

 

 

  어떤 영화?  37일 동안 뱀파이어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취향적 영화  

 

 

 

 

뱀파이어의 등장은 사람들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을 때 만들어낸 조형물로 보인다. 혹자는 그것의 실재 여부에 토를 달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뱀파이어들의 이미지란 건 본인이 아니었을 때나 가능한 존재들이다. 수많은 뱀파이어들에게 쫒기더라도 주인공은 어떻게 해서든 비껴가는 그런 식상함에 외면했다면 달랑 주인공 하나 나오는 영화에서 그가 변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면 그건 악몽이다.

 

 

영화 엔드 오브 디 어스는 잘 나가는 IT업체의 젊은 경영인들이자 죽마고우인 데릭과 클리프, 하던 일에 이골이 난 건지 아니면 그게 새로운 신수종 사업이 될까 촉이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여행은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그걸 온라인에 올려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야심이었다. 물론 요즘엔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호연지기를 자랑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들의 모험 뒤엔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데릭에겐 난치병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끝까지 그게 애로사항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둘 다 혈기왕성한 청춘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파운드 풋티지 영상과 페이크 다큐를 적절하게 섞어 쓰고 있다. 이 영화는 제 3자인 촬영기사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대부분의 촬영 분은 이 두 사람이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 지는 직접 보면 되겠지만 흥미로운 건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과연 제 정신이 필요한 카메라 촬영이 가능하겠냐는 점이다. 후반부에 와서는 그 점 때문에 약간 고민한 흔적도 보인다.

 

 

뱀파이어 영화로서 본분에 충실하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이들의 대사를 통해 은연중에 알 수 있는 것들, 사회 문제의 병폐들이다. 문란한 성행위의 결과와 넘쳐나는 영상물의 산재는 볼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지만 그 안에 담기는 엽기성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들이다. 이 영화가 그 범주 안에 있다. 누군가에게 좀 더 이상하고 엽기적인 걸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게 돈이 되는 세상을 살고 있지 않는가. 데릭에게 신체적 이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연신 촬영에 몰두하고 그걸 블로그에 올리는 클리프의 모습도 그런 측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엔딩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일련의 범죄 행위의 주범도 인륜을 거스른 자의 지독한 업보다.

 

 

멀쩡하던 젊은이가 점차 끔찍한 모습의 뱀파이어로 변해가고 조절이 불가능한 초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단 데릭이라는 한 젊은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요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광범위하게 퍼진 식인 문화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야 자기 자리를 겨우 차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데릭의 초능력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까 이 영화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 영화도 아니고 권선징악을 계도하는 잔소리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가볍게 즐기기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엔드 오브 디 어스 (2015)

Afflicted 
9.5
감독
데릭 리, 클리프 프라우즈
출연
데릭 리, 클리프 프라우즈, 바야 레하즈
정보
스릴러 | 캐나다 | 86 분 | 201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