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빅 아이즈 - [리뷰] 그림을 둘러싼 진실게임, 승자는?

효준선생 2015. 1. 20. 07:30

 

 

 

 

어떤 영화? 그림을 놓고 벌이는 부부간의 치열한 공방전 

 

 

 

한 번 보면 기억에 콕하고 박힐 얼굴의 다른 기관을 압도해버리는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소녀의 이미지가 영화 빅 아이즈의 포스터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실재했던 사람들이며 그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참으로 황당한 기연(奇緣)과 사술(詐術)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멜로 드라마와 스릴러를 오가며 긴장감을 높이며 결국엔 모든 이를 웃음짓게 만드는 이 영화를 팀 버튼이 만들었다니 새롭기도 했다.

 

 

1950년대 말, 서구 민주주의의 진화적 국가라 했던 미국에서 조차 싱글 맘에 대한 인식은 곱지 못했다. 우선 경제적 어려움이 있고 그걸 벗어나기 위해 가정을 떠나 직업 전선에 뛰어든 그녀들에게 제시된 직업이라는 것도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 마가렛이 어린 딸을 앞세우고 거리의 화가가 되어 1달러짜리 초상화를 그려야 했던 것도 그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가 그녀에겐 그녀의 인생 절반 정도를 흥분과 절망을 골고루 맛보게 하리라고는 아마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자칭 화가라며 접근한 월터 킨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사실은 사회적으로 불안했던 싱글 맘으로서의 처지를 벗어나고자 했던 것도 있다. 월터 킨은 확실히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능력은 있어 보였다. 별것도 아닌 것을 빌미로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그림 몇 점으로 급기야 셀레브리티가 되는 과정은 지금 말로 하며 피알(P.R)이나 홍보 마케팅의 달인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눈 독을 들인 건 마가렛이나 재혼 가정이 아닌 그녀가 그린 독보적 이미지의 그림들이었다.

 

 

마가렛은 왜 한결같이 눈이 큰 여자아이를 그렸던 것일까 어린 시절 청각장애를 입었던 적, 들을 수 없으니 더 집중해서 상대의 눈을 응시했던 결과물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마가렛은 정작 자신을 힘들게 할 월터의 눈에서 그의 진심을 읽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 그려지는 월터의 행동은 의뭉스럽고 허세 가득했지만 그런 그를 일방적으로 타박할 수만도 없어 보였다. 지금보다 순수했던 시절, 사람들은 그의 말에 혹했고 그는 열정적으로 아내의 그림을 세일즈 했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까지 하는 마당에 아내의 그림을 마치 자신이 그린 것처럼 했다고 해서 욕을 먹을 짓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시대가 변했다. 60년대를 지나 여권(女權)도 많이 신장되고 사람들의 정서적 욕구도 커졌다. 예전 같으면 유명 화가의 그림 한 점을 산다는 건 부자들의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되었겠지만 예술의 대중화를 이끈 몇몇 팝 아티스트들의 등장은 편의점에서도 마음에 드는 그림을 마치 소품 사듯 살 수 없는 대량 공급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빅 아이즈라고 통칭되는 마가렛의 그림도 그 범주 안에 들어있다. 처음엔 남편이 자신의 작품을 마치 자기 그림이라고 파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았다가 점차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건 수중에 들어오는 돈과도 관련이 있을 법하고, 남편의 알지 못했던 실체가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들었던 환멸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영화는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를 넘나들며 그 당시의 거리 풍광과 사람들의 옷차림을 제대로 보여준다. 어찌 보면 이 영화도 복고적 트렌드에 편승하는 요즘 영화와 많이 닮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진실을 넘어선 양심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흥미로운 건 생존해 있는 마가렛이 여전히 지긋지긋했을 남편의 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회가 되면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에게 월터란? 과연 불가근(不可近)의 존재였기만 했을까? 아무리 멋진 그림을 그렸다고 해도 화가의 창고 안에서 잠자고 있는 그림이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라도 쉽게 감상하고 느낌을 공유할 때 그림이 빛나는 것 아니냐는 월터의 말도 일리가 있다.

 

             

 

비록 이 두 사람이 영원한 환상의 커플 소리를 듣지는 못했겠지만 처음 그림을 팔아 수 백 달러를 벌어 왔던 그 날 무척이나 행복해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돈이 사람을 변하게 한 건지, 아니면 사람이 돈을 변하게 한 건지. 그림도 변함이 없고 돈도 그 자리에 있건만 사람들은 왜 그렇게 곡절있게 살아야 하는 건지. 빅 아이즈의 커다란 눈동자가 은근 무섭게 느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빅 아이즈 (2015)

Big Eyes 
10
감독
팀 버튼
출연
에이미 아담스, 크리스토프 왈츠, 크리스틴 리터, 제이슨 슈왈츠먼, 대니 휴스턴
정보
드라마 | 미국 | 105 분 |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