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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 히어로 - [리뷰] 아플 때 위로가 되어줄 벗

효준선생 2015. 1. 19. 07:30

 

 

 

 

  어떤 영화? 마시멜로처럼 생긴 인성친화적 로봇과 소년의 우정을 그리다 

 

 

 

디즈니 영화 빅 히어로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이 디즈니 영화에 익숙한 팬이라면 다소 이질적으로 느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이 영화를 미국 만화영화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즈니는 원작이 있는 동화나 구전 동화에서 소재를 취해왔다. 그래서인지 스크린으로 보는 움직이는 동화책이라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 영화는 마블 코믹북의 하나인 선 파이어와 빅 히어로 6에서 영감을 받았다. 만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 일본 도쿄이며 등장 인물들도 모두 일본계라서 영화에 반영되는 일본 색 비중도 상당하다. 오히려 일본 만화에다 약간의 미국기술(?)을 덧붙인 건가 싶기도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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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엔 무엇보다 베이맥스라고 불리는 거대한 규모의 로봇이 눈에 들어온다. 눈 사람을 닮은 체구와 체형에 부드러운 구체(球體)를 연상시키는 이 로봇은 물론 안에 첨단 회로들이 집약된 미래형 로봇이지만 종래 우리가 흔하게 봐왔던 은빛 찬란한 금속재질이나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과연 이런 로봇을 앞세워 액션 히어로 만화영화의 궁극적인 소임인 세계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베이맥스는 애초 싸움을 전제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주인공 히어로의 형인 테디가 의료용으로 만든 평화적 로봇이었다. 하지만 형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난 뒤 히어로와 함께 하며 형의 죽음을 밝히려는 목적, 그 과정에 쏟아져 들어오는 폭력적 사태에 맞서기 위해 점차 전투형 로봇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사실 이 영화의 핵심적 볼거리다.

 

 

기시감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엔 그동안 개봉작들에서 봐왔던 장면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오프닝 장면에 나오는 로봇 전투 장면은 리얼스틸에서, 후반부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은 그리비티나 인테스텔라에서, 그리고 히어로가 베이맥스를 타고 공중을 활공하는 장면은 마치 드래곤 길들이기를 연상케 한다. 물론 악연으로 나오는 마스크 맨의 사정도 여느 악당들의 사연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건 미래 어느 시점에 가면 분명 인간은 로봇의 도움을 받으며 아픈 곳을 치료받고, 혹은 도시 건설이나 물류, 그리고 이동을 함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해낼 로봇들과 함께 할 것 같은 현실감 때문이었다. 보기 전엔 상상력의 결과물이겠거니 했지만 중요한 건 만든 사람들의 마인드였다. 이들 형제는 로봇을 만들어 떼돈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집 없는 사람에게 집과 교통문제를 해결해주지 위한 긍휼과 박애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들과 다른 지점에 있는 돈 많은 재벌은 이걸 어떻게 해서든 사업화 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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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회 장에서 큰 불이 난 뒤 그 이유를 들 때 나왔던 악당 용의자들의 면면도 다들 탐욕에 사로잡힌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악당은 생각외의 인물로 설정이 되어 있다. 히어로가 형의 죽음에 대해 복수에 나섰다가 그렇게 한 다고 형이 돌아오는 것도 아님을 깨닫는 과정을 일개 로봇에게서 배우는 것처럼, 자신의 혈육을 잃은 한 남자의 고뇌 역시 충분히 인해가 되는 측면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고의 중심엔 세상 모든 걸 돈이나 비즈니스와 연결 짓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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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맥스는 제 몸을 극대화 시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부풀려 놓은 이유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바람으로 구성된 크리처일 뿐이다. 비닐로 만들었는지 거칠게 한 판 싸우고 나면 여기 저기서 바람이 샌다. 그걸 보면서 어린 관객들은 베이 맥스가 죽는 거 아니냐고 안타까워하지만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인간과의 교감이다. 하물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의 반목과 질시는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물질 문명이 반드시 인간의 정서적 관계를 훼손시킨다고 할 수도 없고 넓혀 이야기 하면 주변을 좀 살펴보며 유연하게 살면 어떻겠냐는 영화의 교훈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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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는 다르게 이 영화에는 주인공 히로 외에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 그리고 동양인들이 고루 포진되어 있고 자신들의 신체적 조건이나 전공분야를 살린 핵심 무기를 장착한 청춘들이 팀을 이룬다. 이번 영화에선 다른 멤버들의 역할이 사실 부족해 보이지만 영화가 잘되면 시리즈로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시리즈 만화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1편에선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들과의 갈등이 중요한 소재가 되고 그 다음에 외연을 넓히는 수순을 이 영화도 따르는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전 단편 애니메이션 피스트와 엔딩 크레딧 뒤에 나오는 프레드의 속사정도 꼭 챙겨보도록 하자.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빅 히어로 (2015)

Big Hero 6 
6.8
감독
돈 할, 크리스 윌리엄스
출연
다니엘 헤니, 라이언 포터, 스캇 애짓, 제이미 정, T.J. 밀러
정보
애니메이션, 액션, 코미디 | 미국 | 108 분 |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