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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터 디바이너 - [리뷰] 아들 찾아 삼만리

효준선생 2015. 1. 18. 07:30

 

 

 

 

 

  어떤 영화? 전쟁의 참상에 대한 고발, 그리고 아들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절절하다 

 

 

 

 

세상엔 수많은 아버지 상이 존재한다. 늘 무거운 이미지의 그들이지만 자식의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미 죽었다는 소식에 모든 것이 잿빛이지만 아들의 죽음을 견디지 못한 채 자살한 아내의 소원대로 유골이라도 고향에 묻고 싶어 그 머나먼 길을 떠난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고 만다.

 

 

영화 워터 디바이너, 수맥을 찾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이 영화 제목은 우연하게도 아들을 찾아 호주에서 터키로 떠나는 한 아버지의 직업이기도 하다. 척박한 호주 땅, 연안과는 달리 내륙은 건조한 사막과 다르지 않다. 그곳에서 사람이 살기 위해선 물이 필요한데 땅밑을 흐르는 수맥을 찾아 거기에다 관정(管井)을 만들고 그 물로 관개농업을 해야 근근이 먹고 살 수 있는 가정이 있다. 이야기는 지금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이야기다.

 

 

1차 세계대전이 무수한 인명의 희생끝에 마무리된듯 싶었지만 세계 평화는 요원해 보였다. 언제 다시 터질 지 모르는 휴화산 같았던 당시 터키땅에서도 여전히 여진이 남아 있었다. 대신 연합군들은 승전국이라는 입장에서 자국의 군인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수습하는 절차를 거치는 중이었다. 그 안엔 머나먼 호주에서 온 젊은 군인 셋이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남자의 아들들이다. 그 생떼 같은 세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당시 호주에서 터키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도무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에 남자는 홀연 배에 올라 머나먼 여정에 오른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반겨주는 이는 없었다. 아들의 유해를 찾아 그 먼 거리를 찾아 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건 오히려 전쟁에서 적국의 수장이었던 터키의 대령, 그의 도움으로 흔적을 찾는 도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호주의 국민 배우(뉴질랜드 출생)인 러셀 크로우의 감독 연출작이다. 그동안 수많은 헐리웃 영화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탓에 그의 국적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지만 고향과도 같은 호주에서의 이번 영화 촬영은 그에게 확실히 심적인 안정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기와 연출을 함께 하기 쉽지 않았을 테고 특히 터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을 테지만 전사했다는 아들의 유해를 찾아 나선 아버지의 연기도, 영화 전체적인 작품성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100년 전 터키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그들의 의상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슬람과 유럽문화의 교차지라고 할 수 있는 터키의 문화, 그리고 남성 우월적 사고에 깃든 터키인들의 습속이 잘 드러나게 만들어 냈다. 영화엔 동생이 죽자 그의 아내를 두 번째 아내로 들인다는 설정이 담겨 있는데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비문명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 통에 과부들이 양산되던 그 시절엔 아이들의 양육문제와 맞물려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이 영화는 요즘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를 가릴 것 없이 보편화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7살 짜리 막내 아들 마저 전쟁터에 보낸 아버지의 심정이 잘 드러나고 있고 기적처럼 일어난 종반부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가슴 찡하게 만들어 낸다. 더불어 전쟁에 대한 자성론까지도 살포시 삽입해 놓았는데 한때는 총을 겨누던 호주와 터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어느새 새로운 적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군대에 맞서는 장면이 이색적이었다. 세상엔 그 누구와도 우군이 될 수 있고 누구와도 적군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한다.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 마치 말라 비틀어진 싹이 새로운 생명을 얻으며 다시 피어나는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나중에도 한참을 우물을 발견하기 위해 땅을 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우물은 그리도 잘 찾으면서 아들은 왜 못 찾느냐는 아내의 핀잔이 가슴에 한으로 맺혔지만 다시는 그런 핀잔을 들을 수 없음에 마른 대지에 비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워터 디바이너 (2015)

The Water Diviner 
9.8
감독
러셀 크로우
출연
러셀 크로우, 올가 쿠릴렌코, 재이 코트니, 이사벨 루카스, 재클린 맥켄지
정보
드라마, 전쟁 |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미국 | 111 분 | 2015-01-28